공수처, 검찰개혁 핵심·문 대통령 ‘1호 공약’…내년 7월 출범 전망

한국당, ‘의원직 총사퇴’ 결의…“공수처법 위헌” 헌법소원 제출 방침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245일 만이다. 공수처법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한다는 점에서 ‘검찰개혁 법안’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이날 오후 6시 개의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연단 점거농성으로 지연됐다. 오후 6시 30분 본회의장에 들어선 문희상 국회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고, 국회 경위들의 도움을 받아 의장석에 올랐다.

공수처법 표결 전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무기명 투표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문 의장은 한국당과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신청한 무기명 투표 요구안을 표결에 부쳤고, 재석 의원 287명 중 찬성 129명, 반대 155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무기명 투표가 부결되자 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모두 본회의장을 떠났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법 중의 악법인 공수처법이 날치기 처리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난 후, 문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신청한 기명 투표 요구안을 표결에 부쳤고, 재석 의원 164명 중 찬성 3명, 반대 157명, 기권 4명으로 부결됐다. 이에 공수처법 표결은 지난 16대 국회부터 국회 표결 원칙으로 사용된 전자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표결에 부쳐진 법안은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낸 공수처법 수정안이었다. 이 수정안은 재석 의원 173명 중 찬성 12명, 반대 152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이어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발의하고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합의한 공수처법에 대한 표결이 시작됐다. 이 법안은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반대’ 의사를 밝혀왔던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기권했고, 같은 당의 조응천 의원은 기존 입장과 달리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 외 ‘4+1’ 소속 의원 중에서는 바른미래당 이상돈·김동철 의원이 기권했으며, 박주선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주승용 의원은 ‘4+1’의 공수처법 관련 후속 합의에 마음을 바꿔 찬성표를 던졌다.

주 의원은 공수처법 통과 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전 공수처법 원안보다 ‘진일보’한 오늘자 4+1 협의체 후속안에 대해 소신에 따라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4+1’ 공조로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은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도록 했으며, 공무원의 직무상 범죄를 모두 수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이 중 검사, 판사,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갖는다.

공수처장은 처장추천위원회의(여야 추천 각각 3명,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회장)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검찰에서 공수처의 사건 암장이 우려된다며 ‘독소 조항’이라고 반발했던 ‘검찰·경찰 등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 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하고,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결정할 경우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 받을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보완책이 마련됐다.

‘4+1’은 후속 합의를 통해 ‘공수처가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수사처 규칙에 기한을 특정해 명시’하도록 했다.

또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수처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직거래 금지’ 조항도 포함됐다. 공수처는 법률 공포, 시행 준비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7월께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3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한국당은 '무기명 투표방식'이 부결되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공수처법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한국당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 소속 의원들의 사퇴서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공수처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출할 방침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을 만나 “예산안, 선거법에 이어 3번째로 공수처법까지 날치기가 이뤄진데 대해 의원들 모두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를 한데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해야 한다는데 이르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경수사권 조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도 1월 초까지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누적된 피로감 등을 고려해 1월 3일, 또는 1월 6일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한국당이 선거법이나 공수처법과 비교해 수사권 조정안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아, 막판 협상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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