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당 장악’ 견제하려는 ‘非黃’ 표심 집결…친박 ‘김재원 카드’ 영향도

9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심재철 의원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9일 치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내 비주류이자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심재철 의원이 선출됐다.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강석호(3선)·유기준(4선)·김선동(재선)·심재철(5선) 의원 등 4명의 후보가 원내사령탑을 놓고 경쟁했다. 강 의원은 이장우 의원(재선)을, 유 의원은 박성중 의원(재선)을, 김 의원은 김종석 의원(초선)을, 심 의원은 김재원 의원(3선)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지명하고 호흡을 맞췄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 투표 결과 총 106표 중 과반수 이상 득표한 후보조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유기준-박성중 후보조를 제외한 3개 후보조를 두고 결선투표를 진행한 결과 심재철-김쟁원 후보조는 52표를 얻어 각각 27표를 얻은 강석호-이장우, 김선동-김종석 후보조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 안팎에서는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가 한국당에서는 많지 않은 호남(광주) 출신인데다, 과거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주류세력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중진 의원이 상대적으로 격이 떨어지는 당 원내대표를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또한 경선 기간 황교안 대표의 의중, 이른바 ‘황심(黃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비교적 황 대표와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심 의원이 압승을 거둔 점도 의외다.

일각에서는 심 원내대표의 당선 요인으로 친박(친박근혜)계이자, 황교안 대표의 참모 역할을 해 온 김재원 정책위의장을 꼽는다. ‘김재원 카드’가 친박과 친황의 표심을 붙잡았다는 관측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심재철 의원(왼쪽)과 신임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대표의 ‘당 장악’ 움직임에 대한 비박계와 비황(비황교안)계의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을 마친 황 대표가 당직 개편을 통해 ‘친황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까지 불허했기 때문이다.

당 내 일각에선 황 대표의 의중이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에게 향해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재선 의원인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물갈이’의 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는 내년 5월까지 임기가 주어지고, 내년 총선 공천 등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가 10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유치원법 등 민생법안을 일괄 상정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에서 비교적 강경파로 분류되는 심 원내대표의 투쟁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삭발 투쟁에 나서기도 했던 심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정국에서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아들이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해에는 청와대의 비공개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해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협상 테이블에서 심 원내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심 원내대표는 16대 총선에서 경기 안양시동안구에 출마해 그곳에서 내리 5선을 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을 주도했으며, MBC 기자로 재직하던 1987년에는 노동조합을 설립한 뒤, 1992년 방송 민주화를 요구하는 파업을 주도해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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