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사람 아닌 거슬린 사람이었나’…황교안 대표의 읍참마속 발언 직후

나경원 원내대표·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모두 평당원으로 돌아가게 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 '투쟁텐트'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당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대대적인 당직자 교체에 이어 3일 원내사령탑 교체까지 단행했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냐, 친황(친황교안)체제 구축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2일 당의 쇄신을 언급하면서 삼국지에 나오는 장군의 이름인 마속을 거론했다. 황 대표는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읍참마속 하겠다”고 밝혔다.

아끼는 부하를 어쩔 수 없이 내칠 때 비유해 쓰는 읍참마속 발언이 있은 직후, 당에서 당직자 35명이 일괄적으로 사퇴서를 황 대표에게 제출했다. 당직자들 가운데는 당의 해체를 요구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도 포함돼 있었다.

김 원장은 당초 사퇴 불가 방침이었으나 당직자들에게 사실상 떠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황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여 4시간 만에 신임 여의도연구원장을 포함한 일부 주요 자리부터 메꿨다.

3일에는 임기를 일주일 앞둔 나경원 원내대표가 하루 뒤 위원총회를 소집해 자신의 임기 연장 여부를 의원들에게 묻겠다고 알렸다. 그러자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알림’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임 불가’를 의결했다. 필리버스터 등 대여투쟁을 이끌어온 나 원내대표는 1주일 뒤 평당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공교롭게도 단식을 끝내고 당무에 복귀한 황 대표의 ‘읍참마속’ 발언이 있은 직후, 황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라고 알려져 있는 나경원·김세연 두 사람이 모두 당의 요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렇게 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읍참마속의 뜻을 오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4일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 거슬리는 사람을 내친 듯이 보인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황교안 대표는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친정체제 구축에 본격 돌입한 모양새다. 황 대표의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주류체제 구축을 위해 친박(친박근혜)계 비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두고 역시 같은 당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원외에서 황 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홍 전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총선 준비를 해야 할 때인데 친위세력을 구축해 당 장악할 생각만 하고 있다”며 '황(黃) 견제구'를 던졌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