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시사한 임종석, 당 내 ‘친문·86그룹’

‘당 해체’ 요구한 김세연, 영남권 비박계 중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 제게는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제는 민간 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으로 같은 당 내 우상호, 이인영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386 정치인으로 꼽힌다.

임 전 실장의 정계은퇴를 시사하는 불출마 선언은 최근 남북관계 악화와 종로 지역구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의 ‘교통정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상호 의원은 1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파동 이후 우리 세대(386세대 정치인 등)에 대해 이런저런 질타가 쏟아지지 않았느냐. 저도 비슷한 심정인데,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 돼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약간 모욕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임 전 실장도) ‘내가 왜 굳이 욕먹으면서 국회의원에 탐욕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엄 보여야 하나. 그러느니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통일운동으로 돌아가지’ 이런 식의 마음 정리를 해온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우 의원은 “또 (임 전 실장이 내년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생각하면서 (종로로) 이사를 했던 건 다 아는 내용인데, 거기(정세균 전 의장)도 특별히 비켜 주거나, 흔쾌히 양보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고, 그럴 바에는 ‘비루하게 계속 국회의원에 연연해서 대기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복합적으로 몰려왔던 것 같다”고 추론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임 전 실장이 사실상 정계은퇴를 시사한 날, 김세연 의원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당의 김무성 의원이 ‘중진 용퇴론’을 촉구한 이후, 3선 이상 의원의 첫 불출마 선언이다.

현재 한국당 현역 의원 가운데, 김 의원에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유민봉 의원(초선)과 김무성(6선)·김성찬(재선) 의원 등 3명이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창조를 위해서는 파괴가 필요하니 깨끗하게 당을 해체하고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소속인 유승민 의원의 ‘보수통합을 위한 세가지 조건’ 중 ‘헌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어야 한다’는 요구와도 맥락이 닿아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황 대표님, 나 원내대표님,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며 당을 이끌고 계신 점에 정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시소 우리도 다 같이 물러나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 “당을 위한 충성된 뜻, 충의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다만 김 의원의 ‘당 지도부 사퇴’ 및 ‘당 해체’ 요구에 대해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큰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 다양한 의견을 잘 들어 당을 살리는 길로 가겠다. 당이 이기는 길로 가겠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불출마를 선언한 임 전 실장과 김 의원 모두 비교적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던 중진 의원이자, 50세 안팎의 비교적 젊은 정치인으로, 각자의 당에서 갖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 이에 정치권에 세대 교체를 요구하는 거센 후폭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임 전 실장과 김 의원의 불출마는 향후 각자의 당에 미칠 영향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은 당에 어떤 요구도 없이 개인적으로 정계은퇴를 시사했지만, 그가 당내 주류세력인 ‘친문·86그룹’에 모두 포함된 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지도부 용퇴’, ‘소속 의원 전원 불출마’, ‘당 해체’ 등 파격적인 쇄신을 요구했지만, 그가 친박(친박근혜)계가 아닌 비박(비박근혜)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박계 의원에 한해 ‘영남권 중진 물갈이’까지만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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