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서 등 돌렸던 유승민과 원유철의 악연…보수대통합 기치 아래 또 다시 어긋나

지난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유승민(오른쪽) 의원과 원유철 의원.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가 14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9월 30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15명의 수장으로 직에 오른지 45일 만이다. 후임 대표에는 오신환 의원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기자간담회에서 “변혁의 1막이 끝났다”고 언급했다.

유 의원의 발언에 비춰볼때 일차적인 사퇴 배경은 변혁이 추구하는 신당의 정체성에서 찾을 수 있다. 변혁이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을 거부하고, 신당 창당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개혁보수’라는 취지에 걸맞은 좀 더 젊은 대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유 의원은 1958년생으로 만61세인 반면, 오신환 신임 대표는 1971년생(만 48세)으로 채 50세도 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대통합 기치로 내걸고 원유철 의원을 보수대통합추진단 단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유 의원이 냉정하게 외면하기로 결정한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과 원 의원은 새누리당 한솥밥을 먹던 지난 2015년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러닝메이트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 ‘위헌 시비’로 논란의 대상이 된 유 의원에 대해 사퇴를 권고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몰아낸 바 있다. 유 의원의 뒤를 이어 합의 추대 형식으로 원내대표직에 오른 이가 바로 원 의원이었다.

이러한 유 의원과 원 의원 간의 악연을 염두에 둔 황교안 대표는 두 사람의 신뢰를 살리는 것이 보수통합의 적지 않은 원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해 원 의원을 보수대통합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유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 당시 원 의원이 사퇴 압박에 나섰다는 뒷얘기가 골자인 감정적 앙금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과정 속에서 황 대표가 원 의원을 보수대통합추진단장으로 임명한 것은 실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원유철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러닝메이트가 어찌 (사퇴 압박을 하며) 그러겠느냐”라고 부인하면서 “당시 최고위원들인 김무성, 서청원, 이인제 등이 친박과 비박 갈등 없이 원내대표로 추대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단 유 의원이 원 의원을 외면하는 형식으로 변혁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황 대표의 ‘원유철-유승민’ 보수 통합 조율 구상은 어긋난 것으로 관측된다.

유 의원은 원 의원이 단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신당 창당을 향한 보수개혁의 의지를 더욱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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