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범위와도 직결되는 문제…‘공화당 포함 여부’ 놓고 한국당 내 이견

“통합 위한 공정한 공천룰 마련돼도 ‘탄핵 입장정리’ 안 되면 어려울 듯”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공개적으로 ‘보수통합’을 제안하면서 ‘범보수 야권’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총선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결국 관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교안 대표는 6일 보수통합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의 정치적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당사자는 부인했지만, 황 대표는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과 직·간접적으로 통합 관련 소통을 이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은 황 대표가 보수통합을 제안한지 하루 만인 7일 신당기획단 출범 계획을 밝히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를 지향하며,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 보수재건을 위한 세 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따지지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황 대표의 제안에 응답했다. 사실상 한국당의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합은 어렵다는 뜻으로 읽혔다.

유 의원은 “저는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이고, 그 생각은 지금도 전혀 변함이 없다”며 “3년 전의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묻는다면 보수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보수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라며 “김무성 한국당 전 대표도 ‘이를 극복해야 보수통합이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에서는 탄핵에 대한 입장이 확실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당 내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가 되지 않은 시점에) 황 대표가 서둘러 ‘보수통합’을 제안한 느낌이 있다”며 “이미 유승민 의원과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각각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한 상태인데, 한국당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당 내에서 이견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는 보수통합에 우리공화당을 포함시킬 것이냐는 문제와도 연계된다.

한국당 재선 의원 18명은 12일 국회에서 긴급 조찬 간담회를 갖고 황교안 대표의 ‘보수 통합론’을 적극 지지하며, 내년 총선 이전 당 지도부에 자신들의 거취 결정을 위임하는 각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보수통합의 범위를 놓고서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통합 대상에 우리공화당 포함 여부를 놓고 일부 의원들 간 한때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일각에선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중도·진보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통합 문제와 관련 “바른미래당뿐 아니라 제3지대에 있는 모든 세력과 통합해 더불어민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절대 (당) 이름만 바꿔서는 안 되고 합리적 진보세력까지 끌어 안을 수 있는 큰 그릇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가 추진하는 보수 대통합은 자세히 살펴보면 TK 통합에 불과하다”며 “지금 현 시점에서 논의돼야 할 통합은 국민 대통합”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문재인 친북좌파에 대항하고 나라 바로 세우기를 추진하려면 모두가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참여하는 국민 대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황 대표의 보수 대통합은 그 출발점이 돼야 하고, 그 끝은 친북 좌파가 아닌 진보 좌파도 포함하는,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 놓고 수평적 관계로 참여하는 국민 대통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일각에선 조 최고위원과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이 추구하는 국민대통합의 목적인 ‘반문(反文)연대’라는 고리가 통합을 위해 요구되는 다른 조건들을 상쇄시킬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통합과 당내 인적쇄신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예를 들어 국민대통합에 버금가는 보수통합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른바 ‘안철수계’ 후보자가 대선에 나온다면 우리공화당 지지층이 그를 뽑겠느냐”며 “국민대통합을 위한 ‘반문연대’라는 느슨한 고리 외에 다른 목적도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관건은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인데, (한국당은 이를) 이미 수차례 유보했고, 유권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리한 싸움이 계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통합을 위한) 공정한 공천 룰이 만들어져도, 탄핵에 대한 입장은 공천 룰과 상관없는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탄핵 문제와 우리공화당의 통합대상 포함 여부 등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 정리가 요원한 가운데, 변혁 신당추진기획단장인 권은희·유의동 의원은 지난 10일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선언했다. 한국당이 보수통합의 적절한 파트너가 아니며,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주창해온 ‘제 3지대의 길’과 ‘합리적 중도를 위한 길’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유의동 의원은 “(한국당이 통합을 위한 )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대화만을 위한 대화는 별로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저희가 가는 길이 있고, 그 길을 계속 가야 하는데, 진정성 없는 대화로 가는 길을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당이 이날 당내 보수통합기구인 보수대통합추진단(가칭) 단장에 원유철 의원을 내정한 것도 변혁이 통합이 아닌, 신당 창당으로 기울게 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원 의원은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 시절 유승민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 사임하자, 원내대표직을 경선없이 넘겨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때부터 원 의원과 유 의원의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11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황교안 대표에게 보수통합추진단장에 원유철 의원을 내정하는 것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원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이 될 경우, 통합 1순위로 거론되는 변혁의 유승민 의원과 진정성 있는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깔린 행동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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