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클럽 토론서 “文정권 출범 후, 적대와 분열의 정치가 반복돼”

“소득주도성장, ‘초강력 정부 간섭정책’…실패한 이념에 사로잡혀”

“한미동맹, 남북관계에 밀려…‘관제 민족주의’로 한일관계 어려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리에 입각해 권력분산을 위한 정치개혁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상대를 궤멸과 고립의 대상으로 여기는 적대정치를 넘어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공존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를 향해 “전임정권을 부정하기 위한 보복 정치를 자행하고, 사법부, 선관위, 언론 등을 장악해 사실상 생각이 다른 세력을 억누르는 것, 그것은 공존을 거부하는 ‘신종 권위주의’”라고 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권 출범 후 우리 정치에서 타협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직 힘의 논리, 적대와 분열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 질서의 룰인 선거법마저 제1야당의 의견을 배제한 채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만큼 반(反)정치적인 행위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초강력 정부 간섭 정책”이라며 “정치가 시장의 보호막이자 심판의 역할을 넘어, 시장 그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실패한 이념에 사로잡인 결과”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우리 체제 존립의 핵심 축인 한미동맹이 남북관계라는 정치 어젠다에 밀려 후퇴하고 있다”며 “게다가 관게 민족주의가 한일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 나경원 원내대표의 관훈클럽 토론회 기조연설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입니다. 정론직필 정신의 보루와도 같은 관훈클럽의 초청으로 이렇게 뜻 깊은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우리 자유한국당의 철학을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또 패널 분들의 날카로운 지적을 겸허히 담아가는 그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가르침과 허심탄회한 토론을 부탁드립니다.

- 정치가 사라진 정치, 정치에 신음하는 사회

정치는 결국 국민의 뜻을 한 데 모아가면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정치는 늘 살아있어야 하고, 또 활발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은 토론과 대화입니다. 정치의 실종은 곧 공존의 포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모든 사회 곳곳을 간섭하고 통제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자칫 ‘정치과잉’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어떻습니까. 저는 정치가 있어야 할 곳에 정치가 없고, 정작 정치가 물러서야 할 곳에서 정치논리가 지나치게 만연하다고 봅니다.

정치 실종, 그것은 바로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퇴보입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우리 정치에서 타협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직 힘의 논리, 적대와 분열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치 질서의 룰인 선거법마저 제1야당의 의견을 배제한 채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만큼 반정치적인 행위는 없습니다. 전임정권을 부정하기 위한 보복 정치를 자행하고, 사법부, 선관위, 언론 등을 장악해 사실상 생각이 다른 세력을 억누르는 것, 그것은 사실상 공존을 거부하는 신종 권위주의입니다.

반면 정치적 논리가 작용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 우리는 과도한 정치 개입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경제, 안보, 기술, 민생, 외교 모든 분야가 정치 논리, 정치 세력에 의해 포로로 잡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제가 그렇습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는 초강력 정부 간섭 정책으로 시장이 교란되고, 일자리는 실종되고 있습니다. 재정 포퓰리즘으로 정부는 날로 비대해지고, 국민의 호주머니는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정치가 시장의 보호막이자 심판의 역할을 넘어, 시장 그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실패한 이념에 사로잡힌 그 결과입니다.

안보와 외교 역시 정치에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일방적 환상과 헛된 기대에 사로잡혀, 여전히 북한 체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하는 국민의 대통령이, 북핵과 대북제재에 대한 안이한 태도로 오히려 북핵 위기를 장기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체제 존립의 핵심 축인 한미동맹 역시 남북관계라는 정치 어젠다에 밀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관제 민족주의가 한일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대표적인 민생 파탄 정책인 탈원전과 보해체, 결국 편향적인 특정 이념이 과학과 기술을 부정한 결과의 산물입니다. 정치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하는 사회 영역이 정치 논리에 휘둘린 결과인 셈입니다.

- 정치의 복원과 자유를 위한 정치

오늘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정치, 경제, 안보 등 전 분야에 걸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정치의 본질을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정치가 있어야할 곳에서 우리는 정치를 회복하고, 정치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사회 영역에는 자유의 가치를 불어 넣어야 합니다.

개인의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보호하고, 그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유를 향유하기 힘든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까지 정부가 할 일입니다. 그 이상 사회 곳곳을 정부가 통제하고 개입하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시도입니다.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훌륭한 국민성을 가진 우리 국민들, 그리고 늘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대한민국의 풍요와 발전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자유가 곧 미래 먹거리 산업입니다. 이제 정치는 뒤로 물러서고, 자유를 허락해야 합니다. 자유만이 성장과 분배를 모두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노동의 자유, 투자의 자유를 허락해야 합니다. 노조 본연의 존재 이유를 외면하는 정치노조만 득세하면 새로운 산업 혁명의 가능성은 더더욱 요원해집니다.

자유로운 시장 질서 하에 일자리는 늘어나게 돼있고 세수가 더 늘어 더 많은 복지를 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면서 동시에 삶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안보 역시 우리는 자유 가치에 충실해야 합니다. 6.25 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과 함께 자유를 지킨 전쟁입니다. 그 과거를 잊는 순간, 우리의 자유 전선은 무너집니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자유동맹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자유 위협 세력에게는 강력한 대응으로 답할 것입니다. 남북관계 역시 한반도의 항구적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의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정치가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본질을 회복해야 합니다. 상대를 궤멸과 고립의 대상으로 여기는 적대정치를 넘어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공존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리에 입각해, 권력 분산을 위한 정치 개혁이 시급합니다.

- 위대한 역사를 잇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지난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라는 위대한 역사의 여정을 이어나가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저는 늘 뿌듯함과 긍지를 마음에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기적의 역사를 써 내려온 위대한 지도자들을 계승하는 대한민국 대표 보수우파 정당의 원내대표서 깊은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느낍니다.

스스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는 스스로에게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지 않도록 막아내기 위해서’ 나는 정치를 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답을 해봅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정말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끊어질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뿌리를 지키고, 지난 역사를 올바르고 균형 있게 기억하는 미래지향적 정치로 반드시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헌법가치와 자유를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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