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제 지적하며 격에 안 맞는 한국 대통령 언급…외교결례 논란

‘G20 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 놓고 ‘중재위’ 수용 압박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 참석을 계기로 지난 1월 23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강경하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사진=외교부 제공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지난 21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정부를 대표해 제대로 책임을 갖고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고노 장관은 이날 외무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외교가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동급인 고노 장관이 한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외교문제를 압박한 것은 외교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노 장관은 “국내적으로 (한국정부 차원의) 대응책 검토에 한계가 있다면 당연히 중재위에 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필요하다면 국제사법의 장에서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본 외무성이 앞서 20일 꺼내든 중재위 카드는 지난 1월 9일 강제징용 판결 관련 외교 협의를 요청한 뒤, 우리정부가 약 4개월 간 반응하지 않자,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인 조치다.

한일 청구권 협정 제3조에 따르면 협정과 관련한 양국 간 분쟁이 외교 협의를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3국 인원을 포함한 중재위를 통해 해결하도록 명시돼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례 각료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일본, 페루와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제3차 한-불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강 장관은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우리정부는 내달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고리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를 타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적극 활용해 주도권을 쥐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1일 요미우리 신문과 산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정부가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조건으로 중재위 요청을 던진 것이라고 해석하며, 한국정부의 중재위 수용여부를 지켜본 뒤 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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