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동행포럼 블로그 통해 “중국·러시아와 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것 같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사진='남북동행포럼' 블로그 영상 캡처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13일 우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도적 대북식량지원 계획을 비난하는 북한의 속내는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있게 받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인 ‘남북동행포럼’을 통해 “특히 우리정부에 동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한 것은 식량을 주겠으면 빨리 주면 되는 것이지, 시간만 끌면서 준다고 소문만 내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북한은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을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하고, ‘매아리’를 통해 우리정부의 식량지원을 ‘생색내기’라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개성공업지구 재가동문제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4·12 시정연설에서 제재해제 문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한동안 사라졌던 이슈였다”며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시 시동을 걸어보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태 전 공사는 “북러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으므로, 김정은의 군사적 행보가 한동안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었으나, 러시아 방문 후 오히려 군사행보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을 통해 뚜렷한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지난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갔을 때 시진핑이 북중관계설정 70주년인 올해 중으로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고, (정보소식통에 의하면) 최근 평양 주민들 속에서도 시진핑이 상반년(상반기) 안으로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소문이 없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진핑으로서는 미중무역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 앞에서 북한을 방문해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타산하고, 계획된 방문을 하반년(하반기)경으로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연이은 미사일발사로 미국을 좀 자극하려고 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북한의 ‘생색내기’라는 비난에도 우리정부가 식량지원을 계속 검토해 나간다니 김정은으로서는 약이 더 오를 것”이라고 짐작했다.

태 전 공사는 “이렇게 (김 위원장이) 상황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북한 내부에서 정책실패의 책임을 묻는 희생양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져 부서마다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과잉충성을 할 것”이라며 “그러면 김정은으로서도 내부의 이러한 흐름에 떠밀려 군사적 행보를 계속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결국 올해 상반년 안에는 미북비핵화협상이나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힘들게 돼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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