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안인 ‘추경’ 외면할 경우 강한 역풍 우려돼

민주당 새 원내대표 선출되면 협상 나설 가능성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장외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할 시점과 명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 민생현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장기 장외투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2~3일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전주에서 정부규탄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7일부터는 부산 자갈치 시장을 시작으로 ‘국토대장정’ 형식의 ‘민생투쟁 대장정’에 나섰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의미없는 총선·대선용 인기몰이 장외투쟁”이라고 비판하며, 조속한 국회 복귀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당장 장외투쟁을 끝내고 협상의 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회군'할 경우 ‘백기 투항’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다, 최근 지지자들과 현장 접촉 빈도를 늘리면서 지지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계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된 황 대표가 ‘지지자들의 격한 환대를 처음 경험하자, 한 껏 고무돼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조소(嘲笑)섞인 시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당 복귀의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협상을 서두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유로운 분위기 마저 감지된다. 포항 지진과 강원도 산불 대책이 담겨있는 추경 심사를 계속 미룰 경우 민심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추경 때문에 (한국당이 국회로) 들어오지 않겠느냐”며 “설사 (추경 문제가 없는) 보통 상황이라 할지라도 일반적으로 정당이 장외에서 투쟁을 길게 끄는 건 국민들에겐 소위 ‘유급 휴가’로 보일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과거 단식농성을 하던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를 협상장에 앉혔던 것처럼 8일 새로 선출될 민주당 원내대표가 상황 반전의 전기(轉機)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물 보따리를 들고 협상 테이블이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인영(왼쪽부터), 노웅래, 김태년 의원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의 전망 : 백천 조세형 선생 10주기 정학토론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의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태년 의원은 지난 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내부에서도 (장외투쟁으로) ‘얻은 게 뭐냐’는 평가가 있을 것”이라며 “국회가 (한국당이) 일할 수 있게 나서줘야 한다.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만큼 한국당도 추경 심사를 미루고만 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웅래 의원은 7일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추경 심사를 의식한 듯 “민생 문제에 여야가 있겠느냐”며 “야당도 반대하고 거절할 수 없는 민생 문제부터 같이 처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은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추경 처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한국당은 추경을 이유로라도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한국당 내에서도 정국 주도권 싸움에 매달려 산적한 민생법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나오는 모양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대표의 장외투쟁과 원내대표의 국회협상을 병행하는 방안이 출구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추경 심사의 중요성을 의식해 “재해복구 추경을 다른 사안과 분리해준다면 추경안 협상에 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회군의 여지는 남겨놓은 셈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인 국회를 버리고 공전시킴으로써 한국당은 민생경제에 가장 필요한 추경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다행히 나 원내대표가 만약 ‘재해 추경과 일반 추경을 구분하면 심의하겠다’고 했는데,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8일 선출되는)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대화를 해서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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