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국민적 공감대 있을 때 가능한 화두…환경 먼저 조성돼야”

“황교안, 가슴에 ‘박근혜’라는 세 글자 새겨져 있어…검증도 안 된 후보”

“홍준표, 과거와 행태 안 바뀐 불안한 후보…6·13선거 참패 재현될 수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7일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출마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홍준표 전 대표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세훈 전 시장 측과 실무진 간 (단일화를 염두에 둔) 접촉이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 전 시장은 “양측 핵심참모들이 (홍 전 대표와 저의) 출판기념회에 서로 축하사절단으로 참석한 사실은 있다”며 “그걸 지나치게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 제가 출마선언을 하는 날 그런 내용의 기사가 나오게 하는 건 홍 전 대표의 정치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출마선언에서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던 오 전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문제도 당에서 먼저, 전대 국면에서 얘기가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면복권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때 가능한 화두”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저 역시 두 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을 동시에 감옥에 가둔 상황이 결코 길어져선 안 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다만 그런 필요성이 국민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돼 나올 때 우리 당이 그 문제를 당당하게 담아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시장은 당권도전을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그 분 가슴에 박근혜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며 “본인이 어떻게 말해도 그 프레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돼있는데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또 황 전 총리는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다”며 “전대 직전에 정치권에 들어와 미처 검증할 시간도 충분히 갖지 못한 상황에서 전대를 치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은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서는 “불안하기 이를 데 없는 후보”라며 “본인이 당대표를 지냈을 때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탄생했다”고 꼬집었다.

오 전 시장은 “(홍 전 대표가 다시 당대표가 되면) 또 다시 똑같은 현상(선거 패배→비대위 구성)이 내년 총선에서 안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 분의 행태가 (그때와 비교해) 바뀐 것도 없다. 그 점을 우리 당원들이 예의주시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상기시켰다.

◇ 다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출마선언 기자회견 중 주요 질의응답 내용.

-홍준표 전 대표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세훈 전 시장 측과 실무진 간 단일화를 염두에 둔 접촉이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사실인가. 그리고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양측 핵심참모들이 서로의 출판기념회에 축하사절단으로 간 사실은 있다. 그걸 홍 전 대표가 지나치게 침소봉대해서 제가 출마선언 하는 날 그런 기사가 나오게 했다. 홍 전 대표의 정치적인 발언이다. 무책임하다. 출마선언 하는 단계에서 단일화는 전혀 생각한 바가 없다."

-최근 당 안팎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아직 확정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우리당에서 먼저,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면복권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때 가능한 화두다. 저 역시 전직 대통령을 두 분이나 동시에 감옥에 가둔 상황이 결코 길어져선 안 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그런 필요성이 국민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돼 나올 때 비로소 우리 당이 떳떳하게 당당하게 담아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내에서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나올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지면 대선도 매우 불투명해진다. 실제로 대선도 중요하지만 문재인정부를 견제하고 올바른 길로 견인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의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그 책무가 가능해진다. 우리가 지금 선후(先後)를 가릴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다. 누가 됐든 당의 간판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 선거에 나와야 한다는 요구도 당내에는 있다. 그건 국민과 유권자 분들이 판단해 줄 것이라 믿는다."

-황교안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 ‘도로탄핵당’ 프레임이 생긴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공감하는가.

"물론이다. 그 분이 원치 않아도 그 분의 가슴엔 ‘박근혜’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등 쉬지 않고 해서 그렇다. 본인이 어떻게 말해도 그 프레임에선 벗어날 수 없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고 탄핵심판 돼서 수감돼있는데 거기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건 상식적인 판단이다."

-출마선언에서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을 후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과의 대통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가.

"물론 그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말한 건 프레임이 더 넓다는 뜻이다. 보수우파를 중심으로 보면 가장 오른쪽이 황교안, 가장 왼쪽이 오세훈이 포지션 돼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른미래당의 경우 이제 한국당 출신은 몇 분 안 남았다. 그 분들을 받는 건 총선 후 분열된 지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

-전당대회 일정 논란과 관련 입장은 무엇인가.

"적어도 보름 이상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늘 아침 언론보도를 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베트남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CNN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등을 종합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합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뉴스 가치가 있는 그런 외교적 행보들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전대는 거기에 파묻혀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당에 확인하니 장소 사정 때문에,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아서 상당히 곤란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길바닥에서 행사를 치르더라도 상관없다. 이미 그 전에 4번의 연설회도 있고, TV토론도 횟수를 늘리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야외에서 한들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는가. 부디 장소 때문이라는 이유로 강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교안 전 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홍 전 대표는 불안한 후보다.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 본인이 당대표를 했던 직후에 비대위가 탄생했다. 또 다시 똑같은 현상이 내년 총선에서 안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 분의 행태가 바뀐 것도 없다. 그 점을 우리 당원들이 예의주시할 것이라 생각한다. 황교안 전 총리는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다. 전대 직전에 정치권에 들어와서 미처 검증할 시간도 충분히 갖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을 볼 때 불안한 요소가 뭔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 분의 병역문제나 지난번 청문회 때 제기된 월 1억원의 소득은 오늘 언급하지 않으려 했으나 질문을 하니 답하겠다. 저의 경우엔 법률사무소 고문자격으로 참여 중이지만 초임 변호사의 월급을 물어봤더니 월 500만원 정도라고 하길래 그 정도만 받고 있다. 실제로 세액을 공제하고 나면 400만원대다. 황 전 총리와 많은 비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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