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여부, 정치인의 교만, 민주당의 태도’ 등 3가지 측면에서 조명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 투기 의혹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우선, 비공개 정보 활용 의혹이다. 손 의원은 문화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민주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목포 구도심 거리가 문화재로 등록될 것을 알고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미리 건물을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손혜원 사건’ 파장 일파만파

손 의원은 문화재를 지키려는 자신의 노력을 언론과 야당이 투기로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시세차익 획득 등이 전제돼야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며 “오히려 문화재 지정을 막아야 아파트 재개발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상식”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손 의원의 주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목포 땅을 매입하지 말았어야 했다. 문화재 살리기 공익 캠페인을 벌이거나 제도적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어야 했다.

둘째, 목포 문화재 거리가 지정되는 과정에서 손 의원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의혹이다. 손 의원은 “문화재 지정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엄격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며 “국회의원 한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그런데 손 의원이 문화재청장을 직접 만나 자기가 건물을 산 목포 거리가 문화재 거리로 지정돼야 한다고 강력히 어필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더구나 손 의원은 문화재를 매입한 상황에서 국회 상임위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문화재를 개발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에 해당된다. 박지원 의원의 지적처럼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과정에 하자가 있다면 잘못인 것이다.

셋째, 조카 명의 차명 거래 의혹이다. 손 의원은 조카와 보좌관 가족, 남편이 이사장인 문화재단 등 명의로 해당 지역 일대 부동산을 차명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손 의원은 “(지인을 통한 매입) 과정을 지속적으로 페이스 북을 통해 공개해왔다”며 “어느 투기꾼이 이곳에서 투기를 하겠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투기를 하겠냐”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 자신과 관련된 재단 명의의 건물과 관련해 “재단에 돈을 넣으면 다시는 꺼낼 수 없다. 재단의 소유가 된 땅은 함부로 팔 수도 없다”며 “제가 얻을 이익은 아무것도 없다. 이익은커녕 목포에 사람들을 오게 하기 위해 사재를 털었다”고 해명했다. 여하튼 손 의원은 “투기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이 아니면 의원직과 재산과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그런데 손 의원의 남동생과 조카는 “목포 건물 매입은 자신들의 의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다. “가족 모두 목포에는 가 본 적도 없고 3명의 명의로 사들인 게스트하우스인 창성장도 나중에야 들었다”고 했다. 심지어 손 의원의 남동생은 “창성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수익은 누구에게 가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손 의원에게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손 의원은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손혜원 의원 해명과 태도에 대한 엇갈린 평가들

이번 의혹 사건은 몇 가지 관점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 첫째, 이해 충돌 여부다. 지난 2017년 7월에 시행된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이해 충돌 방지 의무) ②항에 따르면 “공직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확보하여 공익을 우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③항에는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ㆍ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 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손 의원은 “실현된 이익이 없고, 앞으로도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 의무를 위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선의를 갖고 한 것이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익 충돌 의무를 위반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이익 실현이나 선의가 아닌 공직 활동과의 연관성을 봐야 한다. 더구나 ‘이해충돌’ 논란의 당사자가 판단할 일 이 아니다. 아무리 선의가 있더라도 국회의원이 직위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이익을 제공했다면 이해충돌에 해당된다. 그런 의미에서 손 의원은 순수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지했던 것이다.

제2, 제3의 손혜원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국회는 서둘러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2015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제정될 당시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원안에 포함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교묘하게 빠졌다.

손 의원은 2016년 국회에 입성하면서 직무 연관성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을 백지 신탁한 회사 ‘크로스포인트 인터내셔널’ 명의를 통해 목포에 부동산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직무 연관성이 인정된 회사를 활용해 부동산을 사들인 것은 백지신탁 제도를 무시하고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직자윤리법은 주식 백지신탁과 관련해, 공직자가 해당 기업의 경영 또는 재산상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재, 지시, 의견 표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징계는 할 수 없다. 손 의원이 백지신탁한 주식은 아직 매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감사관실에 따르면, “비상장주식의 경우 잘 팔리지 않고, 팔고 말고는 백지 신탁한 회사에서 결정하므로 여기에 관여할 수 없는 손 의원에게 책임을 묻긴 힘들다”고 했다. 이렇게 주식 백지신탁제도가 유명무실하다면 제도를 보완해서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

둘째, 정치에서 교만에 관한 것이다. 손 의원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향해 ‘도박꾼’, ‘돈 벌러 나온 것’,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 한다 등 인격 훼손적 발언을 한 장본이다.

손 의원은 지난 20일 탈당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내년 총선에 ‘목포 출마 질문에 대해 “(목포에) 나오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들이 더 이상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역사에 기반한 도시재생의 뜻을 가진 후보가 있다면 그분 유세차를 타겠다”고 말했다.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을 겨냥한 말이다.

박 의원은 손 의원의 목포 구도심 투기 의혹이 불거졌던 초기에 손 의원을 옹호했다. 하지만 투기 의혹에 관련된 부동산 규모가 점점 늘어나자 페이스 북 글을 통해 “모두 속았다”며 입장을 바꿨다. 박 의원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저수지 물을 다 흐린다”고 비판했다.

손 의원은 “공직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기자 질문에 “문화계에 영향력을 미쳤다면 긍정적 영향력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200여개 언론사 기사를 캡처해 고발하겠다”고 했다.

23일 목포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손 의원은 “왜곡된 기사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왜 전 국민을 소모전으로 밀어넣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자신의 투기 의혹에 대해 “이야깃거리도 안 될 일들이 국가 전체를 시끄럽게 만든 것”이라고 폄훼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국회의원으로서 이해상충 금지 원칙을 위배했다는 기자 질문이 나오자 “그 질문은 그만 받겠다. 이해충돌은 지겨워서, 그 얘기는 못 하겠다”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자신이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면서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너무 무식하다”는 자기부정성 독설까지 퍼부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집한 나전칠기 유물과 자신의 박물관을 모두 목포시와 전남도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국민적 공분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얕은 꾀로 보일 뿐이다”, “하려면 진작 했어야 한다”며 거듭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손 의원의 이런 경멸과 분노의 감정이 묻어나는 오만한 발언과 태도는 방어기제(防禦機制)적 측면에서 고찰해 볼 수 있다. 방어기제란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속이면서 대체하는 양식”이다.

그런데 이런 방어기제는 불안의 정도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사실을 거부하거나 왜곡시킨다는 점과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는 두 개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애석하게도 격렬하게 저항하고 현실에 대해 맹목적으로 부정하는 손 의원의 방어기제는 아주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것이다.

이런 취약한 방어기제로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데일리안과 알앤써치(1월 22일) 조사에 따르면, 국민 2명중 1명(47.6%) 정도가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은 투기라고 응답했고, 53.3%는 손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손 의원은 억울하겠지만 지금 ‘국민 밉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초선 의원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정치 철부지로 시끄럽게 설쳐대면서 좌충우돌하지 말고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정치판에는 보이지 않는 힘을 너무 믿고 교만하게 행동하면 반드시 몰락한다는 경험적 법칙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집권당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시종일관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 회견을 열고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투기 의도가 없었다’는 본인의 해명을 존중한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해당 건은 징계 절차를 밟을만한 사안 자체가 아니라고 감쌌다.

더욱 황당한 것은 손 의원 탈당 기자 회견에 홍영표 민주당 원내 대표가 호위무사처럼 시종 지키고 서 있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이해충돌을 넘어 직권남용의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의원이 탈당하는 회견에 배석자로 나타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이며 부적절했다.

이렇다 보니 야당에서는 “여당이 대통령 부인의 친구(손혜원)를 두둔하기 위해 총동원했다”며 손 의원과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공통점이 있다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손 의원의 권력형 부정 사건은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예견된 전형적 사건”이라면서 “내용에 있어 최순실 사건을 능가하는 질이 나쁜 사건”이라고 맹비난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또 다시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에서 당 대표, 전ㆍ현 원내대표, 서울시장까지 대대적으로 나서 손 의원 구하기가 진행 중”이라며 “초선 한 명의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여당이 이렇게 떠들썩한 건 다른 무엇이 있어서인지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목포 사건은 손혜원 의원이 대통령 권위를 업고 다니지 않았으면 못했을 일”이라며 “청와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달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작심 발언을 했다. “도시재생사업과 근대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손 의원 관련)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고발도 접수돼 있으므로 잘못이 확인되면 법대로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일이 없도록 투기를 차단할 것”이라며 “(지금 손 의원 사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정부ㆍ여당이 국민 앞에서 더 겸허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이런 발언은 다목적용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민주당이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해준 것이다. 더 나아가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를 에둘러 비판하면서 손 의원을 향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손혜원 사태로 인해 다음 달 말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보인다. 또한 이번 의혹으로 목포 추진 사업이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지역의 분위기를 달래어 민심이민주 평화당으로 돌아서는 것을 막기 위한 지략으로 보인다.

분명 김태우, 신재민, 손혜원으로 이어지는 악재로 민주당이 곤경에 빠져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역대 집권당 중에서 가장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이 지금과 같이 무기력하고 안이하게 행동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미래는 없다.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종걸 의원은 손혜원 의원에 대해 “공직자로서 엄격한 이해충돌 문제를 다 지켰는지, 스스로 양심에 맞는지 더 살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 대표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있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정국을 꼬일 대로 꼬이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당장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이 손 의원 사건을 비롯한 김태우 전 수사관ㆍ신재민 전 사무관ㆍ청와대 행정관의 인사문란 사건 등에 대해 국정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월 국회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 2ㆍ27 전당대회의 의미있는 화두

민주당이 각종 악재로 휘청거라는 사이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입당으로 자유한국당 당권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5일 입당 기자회견에서 “현재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자유 한국당이 국민에게 시원한 답을 드릴 때”라고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2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국지방의원 여성협의회 정기총회 및 발대식에서 당 대표자 후보군으로 떠오른 이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전 총리, 안상수 의원, 주호영 의원, 정우택 의원, 김병준 비대위원장, 심재철 의원, 김진태 의원.(연합)
애초 ‘황교안 전 총리(친박)대 오세훈 전 시장(비박)’의 대결로 예상됐으나, 황 전 총리 견제를 명분으로 다른 주자들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오 전 시장에게 한국당에 입당해 도와줄 것을 요청했지만 입당하지 않았고, 황 전 총리에게는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만이라도 올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제와서 당이 조금 살아날 듯 하니 안방을 차지하겠다고 한다. 상식에 맞나. 정의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에 대해 “훌륭한 공무원이지만 정치인은 안된다”며 “정치를 하면 당이 수렁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이회창 총재 두 아들 병역 면제와 관련해 10년을 방어했다. 근거 없는 병역문제로 두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잊었나”라고 했다. 황 전 총리가 병역과 관련해 담마진 판정으로 징집 면제 처분을 받은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한국당이 또 다시 ‘병역 비리당’으로 전락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여하튼 홍 전 대표는 30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당권 도전 여부를 천명할 예정이다. 다만 자신과 대구ㆍ경북(TK)과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이 지역에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주호영 의원과의 단일화를 언급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최근 “화합과 통藍?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상당히 이전투구로 갈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 “위기가 오면 나서야죠”라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세훈 전 시장은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문제와 관련해 “그분이 임기를 다하지 않고 지방선거 대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첫 전당대회인만큼 당사자가 참여하게 되면 당원과 유권자는 그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고 투표에 임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황 전 총리도 홍 전 대표가 자신의 병역 문제를 거론하는 것과 관련 “이미 검증이 끝난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실향민의 아들로 어렵게 살았는데, 비리 의혹이 있을 집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번 한국당의 2ㆍ27 전당대회는 단순히 새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넘어 향후 한국 보수의 미래와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첫째, 보수 재건의 가능성 여부다. 한국 보수 세력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작년 지방선거 직후 진보 언론매체의 한 기자는 보수는 “비겁하고 교만하고 무지했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분석했다. 단언컨대, 보수는 용기 있게 참회하고 겸손하며 실력을 쌓아야 재건될 수 있다. 국민은 아직 무능하고 무책임해서 실패한 보수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보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국민 70%, 국회의원 78.3%(234명), 헌법 재판관 전원이 합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인정하고 참회해야 한다. 권력 사유화와 국정농단으로 치욕적인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을 무조건 감싸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보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황 전 총리는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 생각한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리얼미터(1월 19일)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에 대한 황교안 전 총리의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가”라는 질문에 47.4%가 ‘실질적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도덕적 책임만’은 24.5%, ‘책임 없음’은 20.4%였다.

대한민국 헌법 81조 ②항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면 황 전 총리는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고 볼 수 있다. 황 전총리는 이를 정치적 업보로 삼아 ‘도로 친박당’ ‘박근혜 시즌2’로 회귀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을 수 있는 용기와 비전과 보여야 한다. 더불어, 모든 당권 주자들도 박 전대통령을 향해 보수 궤멸의 책임을 물어 비판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보수 재건의 힘이 생겨 날 수 있다.

둘째, 보수 통합의 문제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국민들은 자유ㆍ성장ㆍ경쟁ㆍ효율ㆍ안보와 같은 보수의 가치 못지않게 평등ㆍ분배ㆍ투명ㆍ분권ㆍ평화 등 진보의 가치를 중시한다. 따라서 보수는 진보의 가치를 무조건 배격하지 말고 보수의 시각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적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신보수의 길이며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반문 연대’는 보수통합의 가치가 아니다. 전략에 불과하다. 통합은 전략이 아니라 정신으로 하는 것이다. 통합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다. 통합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향해 가는 것이다. 통합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력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참회하며 책임지며, 철학이 있는 삶을 사는 정치인만이 보수 통합을 이끌어 갈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계파 청산 여부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전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황교안 전 총리ㆍ오세훈 전 서울시장ㆍ홍준표 전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그는 “당의 분란과 어려움ㆍ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분들이나, 그에 책임이 있는 분들, 또 기여가 확실치 않은 분들이 전대에 출마하지 않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황 전 총리를 꼭 집어 “친박ㆍ탄핵 프레임 때문에 당내 계파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고, 보수정치 통합에 걸림돌이 되며, 2020년 총선에서 정부의 실정(失政)에도 공세가 아닌 수세의 입장에 몰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황 전 총리가 입당한 후 계파논쟁이 살아날 현상이 보여 제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불출마 요구에 대해 황 전 총리는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라고 했다. 자신의 출마로 인해 계파갈등이 부활할 조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는 그런 것(계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모두 한 마음이 돼서 한국당의 꿈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오 전시장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엄밀히 따지면 김 위원장의 불출마 요구 발언은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월권 행위이다. 김 위원장에게 전대에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나오지 말라고 할 권한이 없다. 오히려, 자신은 불출마하지만 친박, 비박 가리지 말고 모든 사람들이 나와서 치열하게 경쟁해달라고 요구했어야 옳다. 그래야만 계파 갈등도 사라지고 새 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내년 총선을 이끌 수 있다.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데 노무현 대통령은 14년(1988∼2002), 이명박 대통령은 15년(1992∼2007), 박근혜 대통령은 14년(1998∼2012)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참여 정부 에 참여해 정치를 시작해 2017년까지 14년의 세월을 보냈다.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면 누구든 무단한 축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철학과 통찰력으로 통합을 위한 비전을 세워 계파를 청산하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전략을 수립해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 기저엔 늘 국민만을 사랑하고(愛民)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하는 것(修己)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개헌특위 전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전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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