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난 7일 사표 제출…아직 수리는 되지 않아"

의전비서관 공석인데…노영민 비서실장, 교체 건의할까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같이 밝히고 “탁 행정관은 11일부터 휴가 중으로,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탁현민 행정관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원년 멤버’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그의 실력만큼은 의심을 하는 이가 없다. 다만 탁 행정관의 자서전에서 드러난 ‘왜곡된 성의식’이 줄곧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를 빌미로 야당은 정권 초기부터 끊임없이 탁 행정관의 퇴진을 요구해 오고 있다.

탁 행정관 역시 청와대 근무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6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사퇴를 시사한 데 이어, 기자들에게 “5·18부터 평양 공연까지 충분했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탁 행정관을 붙잡은 건 청와대 내부 인사들이었다.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은 “첫 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임 실장이 제안했던 ‘첫눈’이란 시기는 이미 상당히 지났다. 더구나 임 실장은 청와대를 얼마 전 떠났다. 탁 행정관의 사퇴 여부는 청와대에 남은 이들의 몫이 된 셈이다.

탁 행정관이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이번에는 임 실장이 있던 당시에 비해 청와대 분위기가 상당 부분 다르다.

지난해 11월 탁 행정관의 직속상관이었던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 적발로 직권면직 돼 의전비서실 업무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비서실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노영민 비서실장이 청와대로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노영민 실장이 청와대 참모진 재구성을 위해 사표 수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면 탁 행정관이 바라던 ‘청와대 퇴장’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야당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탁 행정관을 곁에 둬온 만큼, 사표를 곧장 받아들일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날로 탁 행정관의 사표 제출이 7일이나 지난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만일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의 사표 제출에 대해 오히려 그를 의전비서관으로 승진 시키거나 유임을 결정할 경우, 여성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와 야권의 청와대를 향한 거센 반발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