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관계에 전향적 태도…‘완전한 비핵화’ 재천명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서는 경제와 남북관계, 미북관계 등이 집중 언급됐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도 했다. 그의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 단추와 제국주의침략세력, 전쟁도발책동 등 원색적인 표현들이 강조됐던 점을 감안한다면 평화 분위기 창출에 대한 필요성이 지난 1년여 동안 북한 지도부에 집중 조성돼, 이번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김 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외면으로 보이는 모습에도 집중 신경을 썼다. ‘서구적인’ 지도자로의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집무실을 미국 대저택의 고풍스러운 서재를 연상시키는 방으로 꾸민 점도 눈에 띈다. 짙은 남색 정장에 차분한 비둘기색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차분히 소파에 앉아서 신년사를 읽어나갔다. 마치 좁은 소파에 앉아 큰 동작의 제스처로 외빈들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한 ‘친근감’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상응조치를 촉구하면서 일방적인 대북 압박 기조가 유지될 경우에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새로운 길’에 대한 해석에는 엇갈리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핵 개발로 돌아가겠다는 협박’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핵 개발과는 관련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대북)제재 해제 문제 관련해 미국을 계속 설득할 수 있는 힘·의지가 있는 나라들과 같이 대응을 하겠다, 외교적으로 조금 판을 키우겠다는 뜻”이라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협정을 시작하자는 다자협상을 제안해서 로드맵을 짜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 새로운 길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첫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하며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속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실장은 “1월 고위급회담을 거쳐 2월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22차례나 언급했던 핵에 대해서는 “핵을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외에 천명하고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신뢰성 있는 상응조처를 재차 요구했다. 동창리와 풍계리에 이어 연변 핵시설까지 폐쇄하겠다는 선제적인 선언 조치를 취한 만큼 정체된 북미 비핵화 협상을 풀어가기 위해선 미국의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지난해 ‘경이로운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하면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난해 비핵화와 연계해 추진했던 평화체제 구상을 별도의 과제로 제시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동시에 평화체제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제조건과 대가 없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대북제재의 틀을 허물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국내적으로는 “자력갱생을 통한 자립경제 구축”을 거듭 강조했다.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지난 2016년 5월 노동당 제7차대회에서 내세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완성을 꿈꾸는 2020년을 앞두고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거두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약속된 ‘서울 답방’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이에 대한 내용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 앞서 지난해 12월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친서를 보내 연내 서울 답방이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며 2019년을 기약해 ‘서울 답방’이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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