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망명시도', 남·북·미에 미칠 영향은?…"남북관계 진전 걸림돌" 전망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작년 11월 부인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앞서 작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조 대사대리의 오른쪽은 이탈리아 상원의원 발렌티노 페린, 왼쪽은 파라 디 솔리고의 교구 사제인 브루노네 데 포폴 신부이며, 가장 왼쪽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외교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3일 망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부유하며 외교관 가문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채널A ‘뉴스 TOP10’에 출연해 이같이 말한 뒤 “북한에서 저보다는 대비도 안 될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아주 좋고, 가문도 좋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조성길의 아버지도 외무성 대사였고, 장인도 외무성에서 대단히 알려진 대사”라며 “(조 대사대리의) 아버지는 일찍 사망했지만, (그의) 장인과 외무성에서 같이 근무했었다”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조 대사대리의 조부가 “북한 외무성에서 고위급의 베테랑 외교관”이라며 “1990년대 말에는 태국 주재 대사를, 2000년대는 홍콩 주재 총영사를 했다”고 부연했다.

태 전 공사는 또 조 대사대리의 부인이 평양 의학대학을 졸업했고, 이탈리아에 갈 때 자녀 1명을 동행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특히 조 대사대리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이탈리아에서 3년 동안 연수를 했다”며 “(북한 지도층의 사치품) 밀수 루트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짐작했다.

앞서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토대로 조 대사대리가 작년 11월초 부인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다고 전했다.

3일 이탈리아 로마 남부에 위치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관이 조성길 대사대리의 잠적과 서방 망명 타진설 속에 정적에 휩싸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선 2017년 10월 9일부터 대사대리를 맡고 있던 조성길이 2018년 11월 20일 이후 김천(Kim Chon)으로 교체됐다는 점은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 대사대리의 잠적이 남북·미북 대화와 김정은 정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 DC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선임 연구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미국보다 한국이 조 대사대리의 망명에 대한 움직임에 더욱 촉각을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겸 남북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조 대사대리의 잠적이 “남북관계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짐작했다.

반면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은 RFA와의 통화에서 “북한 정권은 언제나 이런 일을 내부적으로 처리해왔다”며 “남북, 미북 관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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