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 운동’은 남북 간 역사적 교집합…한반도 평화정착에 긍정적 효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제3차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3ㆍ1운동 100주년의 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켰고, 관련 행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건국 100주년’을 언급했고, 3ㆍ1운동 기념사 등 공식행사에서 10여 차례 100주년을 거론했다.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의미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1919년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다는 뜻으로 임시정부의 기본정신도 3ㆍ1운동에 바탕을 둔다. 우리 헌법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해 3ㆍ1운동은 헌법정신과도 맞닿아있다. 북한 역시 3ㆍ1운동을 항일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는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공동 개최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2019년 3ㆍ1운동 100주년은 남과 북 모두에 중요한 의미로 해석되며, 남북관계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ㆍ1 운동은 민간교류와 평화통일의 마중물 역할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과 북이 3ㆍ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북한도 3ㆍ1운동을 ‘3ㆍ1 민중봉기’로 부르며 역사적인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일제에 대항한 민족의 역사를 공유하고 3ㆍ1운동의 정신을 기념하는 것은 똑같다.

문 대통령은 3ㆍ1운동 10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고 대통령직속기구인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부 주요인사와 민간인이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및 범국민 단체로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의 주요 사업은 3ㆍ1운동 기념식 준비와 관련한 학술대회, 역사교육, 국민 참여를 위한 플랫폼 구축 등이다.

3ㆍ1운동의 역사적 의의는 한반도 최초의 시민운동이라는 점에 있다. 국민주권 회복운동으로 대표되는 3ㆍ1운동은 시민혁명이라는 역사적 특징에 더하여 남과 북이 공유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남과 북이 일제에 항거했다는 역사적 ‘교집합’인 3ㆍ1운동은 민간교류와 평화통일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작년 3ㆍ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운동”이라며 “지난 겨울 우리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3ㆍ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정권은 남북관계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남북 간의 공통분모인 3ㆍ1운동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긍정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100주년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이유다. 이 기구가 대통령직속기구라는 점만 봐도 정부가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100주년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남과 북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함께 공유하게 된다면 서로의 마음도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위원회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까지 구상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온라인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에서 이화여고 청소년 온라인 홍보단이 대형 엠블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
3ㆍ운동 기념 남북 공동 행사 다양하게 추진

‘100주년 추진위원회’는 3ㆍ1운동 관련 기념행사를 총괄한다. 남북이 공동으로 하는 행사는 물론 여러 단체들의 3ㆍ1운동 기념사업을 지원한다. 정부기구인만큼 중앙부처가 주도해 남북공동행사를 추진한다. 아직 대북제재라는 벽에 막혀있어 다양한 남북공동행사가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통일부를 중심으로 남북공동행사가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는 ‘남북대학생한반도평화대장정’이다.

통일부는 남과 북의 합동 예술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학술대회도 있다. 통일부뿐만 아니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에서도 3ㆍ운동 학술대회를 남북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민화협은 남북교류사업과 관련한 최대 민간단체로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남북공동행사는 바로 남북공동 학술대회 개최다.

지자체에서도 3ㆍ1운동과 관련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은 3ㆍ1운동 특집으로 ‘아리랑다큐’를 KBS와 함께 촬영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아리랑로드 다큐멘터리’다. 아리랑로드는 2008년부터 정선군에서 추진한 해외동포 아리랑과 관련한 사업을 집대성하면서, 일본과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미주로 뻗어나간 아리랑 유산을 집중 분석한다. 현재 정선군과 KBS는 북한의 아리랑도 촬영하기 위해 북한 당국과 촬영 협의를 위해 논의 중이다. 성사된다면 3ㆍ1운동과 관련한 문화 콘텐츠가 ‘남북 콜라보’로 탄생하는 것이다.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아리랑팀의 도상희 계장은 “전세계의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아리랑에 북한의 아리랑도 넣기 위해 통일부와 협의 중”이라며 “북한 당국의 허가가 까다로워 진행이 더디지만 3부작 중에 일부분이라도 남북의 아리랑을 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선군은 KBS와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3부작 시리즈를 현재 촬영 중에 있다.

3ㆍ1운동 기념행사와 관련한 최대 민간단체인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구체적인 남북공동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04년에 출범한 이 단체는 2014년부터 문체부의 후원금을 받을 정도로 사업 규모나 기획성에서 인정을 받았다. 실제로 박남수 대표는 3ㆍ1운동 남북공동 행사를 위한 논의를 하기 위해 지난 달 말 평양을 방문했다. 박 대표는 3ㆍ1운동 관련 사업 논의를 위해 지금까지 약 20차례 정도 방북하기도 했다.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대원칙 중 하나는 ‘종교계의 적극적 참여’다. 종교 간의 협력은 남북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명시돼 있기까지 하다. 이에 대해 박남수 대표는 “종교 간의 화합과 협력이 빠지면 3ㆍ1운동의 정신이 없는 것”이라며 “종교를 초월한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운동이 3ㆍ1운동”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시대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분열과 갈등을 꼽았다. 우리 민족의 최대 분열은 남북의 분단으로서 남북통일이 최종적인 민족의 화합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3ㆍ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는 ‘평화, 공존, 상생, 자유’의 가치가 담겨 있었다. 당시 종교 대표자들이 함께 모여 민족의 독립을 열망했던 정신이 ‘초교파’였다는 뜻이다. 평화와 공존, 상생과 자유의 가치 앞에서 종교의 벽은 허물어졌고, 3ㆍ1운동 정신은 아시아의 민족운동의 모티브가 됐다. 박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남남갈등과 혐오로 얼룩져 있다. 이런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그 어떤 정치적 힘과 논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3ㆍ1운동 정신으로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3ㆍ1운동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모두가 다함께’ 했다는 점에 있다.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준비하는 남북공동행사는 크게 세 가지다. 실제 구체적인 사업계획안도 북측에 전달했다. 최초의 3ㆍ1운동은 일곱 개의 도시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남쪽에서는 서울 한 곳이었지만 북쪽에서는 여섯 도시에서 3ㆍ1운동이 시작됐다. 3ㆍ1운동의 중심은 서울이었지만 나머지 지방도시는 모두 북쪽의 도시들이었다. 이 단체가 첫 번째로 제안한 사업이 바로 북한의 의주, 진남포, 함흥, 선천 등 여섯 곳의 도시를 직접 방문해 독립유적지를 답사하겠다는 것이다. 청년들과 학생을 중심으로 북한의 3ㆍ1운동 유적지를 탐방하고, 북한의 청년과 학생들은 서울을 방문하는 형식이다.

두 번째는 각 도시별로 답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학술대회 개최다. 세 번째는 학술대회 후에 남북이 공동으로 100주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세우는 것이다. 단 한 곳이라도 3ㆍ1운동 100주년 기념 조형물을 남북이 공동으로 세우는 것에 역사적 의의를 담아낸다는 의중이다. 이렇게 3ㆍ1운동이 일어난 도시를 답사하고 학수대회를 열며 조형물을 설치하는 공동기념대회는 현재 북한 당국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인 남북공동행사에 대해 박 대표는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남북공동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북한도 3ㆍ1운동을 중요한 역사로 인식하고 기념하고 있다. 지칭하는 용어가 ‘3ㆍ1 민중봉기’지만 일제에 비폭력으로 항거한 3ㆍ1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것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3ㆍ1운동의 갈래가 남쪽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북쪽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는 이질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3ㆍ1운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온도차가 엄연히 존재한다.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가 3ㆍ1운동 학술대회를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술대회를 통해 북측의 3ㆍ1운동에 대한 생각을 듣고, 우리의 생각도 나누면서 3ㆍ1운동 정신을 민족의 공통분모로 정리하고 화합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는 의도다.

정부보다 민간단체 역할 제고돼야

3ㆍ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단체가 있지만 현재는 대통령직속 기구인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100주년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엔 100인 위원회가 있는데 각 부처의 장관이 모두 위원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민간인도 대표로 선임하며 정부와 민간의 합동기구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속기구로서 국무총리가 위원장이며 각 부서별로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있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적인 운영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금까지 3ㆍ1운동 기념사업은 민간단체가 주도해왔다. 현 정부가 처음으로 대통령직속기구를 출범시키며 3ㆍ1운동 100주년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간단체인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박남수 대표는 “정부기구의 출범으로 북한도 당황스러워 한다”며 “우리와 나누던 협의를 계속해야할지, 정부기구와 이야기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기구인 ‘3ㆍ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정부후원금은 과거 대비 4분의 1로 줄어들었고, 남북공동행사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 민감할 때도 민간단체는 그런 분위기에 크게 휩쓸리지 않고 관련 사업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그런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3ㆍ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민간단체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