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2차 북미회담→종전선언→김정은 서울 방문…답방 자체가 비핵화 영향"

정세현 "김정은, 한미회담 결과 설명 들어야…트럼프, 野하원 개원전 업적내야"

北 '답방 無답변' 의미, '거절' 아닌 '결단 내리지 못한 것'…김정은 결심만 남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4월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사진취재단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시기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의 부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7주기인 '17일'이었다. 북측 최고 지도자였던 아버지를 참배하는 날 남측 방문을 결정하기는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답방 추정 시기는 17일 전후로 갈렸다.

실제 데일리한국의 취재를 통해 청와대 경호처에서의 사전 준비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머물 숙소와 일정으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서울 워커힐 호텔과 남산타워 관계자들도 정부 측의 예약 문의에 대해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답방은 연내 '시기'가 문제였을 뿐 답방 여부는 정황상 확실하다고 판단한 셈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등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는 17일까지 북한은 답방과 관련한 그 어떠한 답변도 우리 측 논의 당사자인 청와대에 보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사실상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결단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름이 넘도록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은 셈이다.

청와대 역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은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기자와 만나 "올 연말까지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청와대에는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김의겸 대변인의 발언에서 이 같은 처지와 그에 따른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앞서 김 대변인은 1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 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근거로 판단해보면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가능하다고 보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특정해 북측에 답방 시기를 일찌감치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연내 답방에 대비해 청와대 경호처와 군·경 등을 통해 경호와 의전 등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식적으로도 김 위원장의 답방 약속은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간에 공식 문서화 됐고,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된 것인 만큼 무산될 우려는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연내 답방 준비에 대한 언급은 지난 9일을 기점으로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올해 답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는 제가 계속 해왔다"면서 "1월 답방이야 계속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사실상 어려우니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준으로 '2차 북미회담 이전' 또는 '2차 북미회담 이후'로 관심을 옮겨달라는 당부로 해석됐다.

이는 청와대가 그간 준비해온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와는 반대의 구상으로, 언론으로서는 의문을 품기 충분했다. 당초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동력을 얻으려는 의도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한 학술회의에서 기자와 만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이와는 다른 시각으로 답방의 의미를 설명했다. 청와대의 애초 구상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이었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2차 북미정상회담 뒤에 문 대통령을 포함한 3자(남북미)간 종전선언 채택을 한 뒤 이어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순서가 환상적이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김 위원장의 답방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청와대의 당초 구상은 무엇이었나'라고 묻자 문 특보는 "어느 쪽이든 보완적이자 선순환관계에 있는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 자체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를 추정하고 특정했다. 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가능한 빨리, 늦어도 2019년 2월내에는 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한 포럼장에서 기자와 만난 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의 방남은 원론적으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이 열렸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문 대통령에게 했던 깊은 뜻을 직접 설명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앤드류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극비리에 회동했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앤드류 김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김 위원장이 몇 다리 건너서 전달받는 것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듣는 얘기는 도저히 같을 수가 없다. 한 단계 거치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얘기로 변질된다. 그러니 빨리 (답방) 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지난 2016년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언급했다. 그는 "이 계획을 북한식 표현으로 성과적으로 마무리하려면 내년 상반기 전에는 미북 간에 (비핵화) 결론이 나야 된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아울러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더 이상 북한에 적대하는 행위는 없다'는 믿음을 얻으려면 대표적으로 2019년 한미춘계합동훈련은 안 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늦어도 2월 전에는 와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판단해 봐도 '2월 내'가 유력하다고 관측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2월에 열리게 되는 민주당 중심의 하원에서 사사건건 자신의 발목을 잡기 전에 비핵화 관련해 상당한 업적을 만들어야 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내년 초를 기약해야만 할까?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다. '북측의 답변이 아직 없다'는 것을 '연내 답방 가능성이 아예 없다'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9월19일 서명한 '평양공동선언' 마지막 항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라고 적시돼 있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라는 문구에 대해 당시 공동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올해 안"이라고 '연내 답방'을 특정한 바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옆자리에서 이에 동의하며 박수를 함께 쳤다. 청와대와 언론은 이를 근거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줄곧 기대해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연내 답방에 동의한 김 위원장이 아직 명확한 답변을 못했다는 것은 '거절'이 아니라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과연 보름가량 남은 2018년 남은 기간중 '답방'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물론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언제든지 준비하고 있다는 뜻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남은 것은 오로지 김 위원장의 결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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