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예산안 심사기간인데 왜?” vs 靑 “국회 인사청문회 거치는 시간 벌어야”

與 “불화설? ‘원팀정신’ 훼손됐나?”…靑 “협심해 목표 달성할 호흡 필요” 시인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단행한 청와대와 정부 핵심 보직에 인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날 인사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등 4명이 새로운 뉴스메이커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원은 네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 자리가 대한민국 경제·사회 정책의 주요 결정기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청와대·정부 인사는 ‘소폭’이 아닌 ‘중폭 이상’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용 부진과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 등이 서민가계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이날 인사가 발표되자 정치권에서는 교체 시기와 순서가 잘못됐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문 대통령의 ‘인사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그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장하성(좌측)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왜 예산안 심사 중인 지금 바꾸는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경질 소식은 국회에서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체설이 꾸준히 돌긴 했어도 470조5000억 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심사 중인 가운데 국가예산 편성과 운용을 책임지는 정부 경제수장이 예산 심사 도중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여야 모두에 납득하기 힘든 상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한 중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산안 발표 이전에 바꾸든지 아니면 심사가 끝난 뒤에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감안해 인사 발표를 한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청문회를 거치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면서 “김동연 부총리가 청문회 끝날 때까지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를 위해 전력을 다해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김 부총리와의 사전조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하루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에 대해 최선을 다해 마무리할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또 뵐 것이다. 나중에”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난무하던 ‘김앤장’ 교체설을 사실상 인정함과 동시에 경제컨트롤타워로서 정부 예산안만큼은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은 바 있다.

특히 국회 예산심사가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을 비롯해 타 부처 장·차관들이 대응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날 김 부총리의 발언은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인사 전략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으로선 ‘떠넘기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당 내에서부터 새나오고 있다.

예결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2일)도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공세를 여당이 어떻게 잘 막아내느냐의 싸움인데, 당 지도부와 얼마만큼 사전논의가 된 것인지..”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반면 기재위 소속 한국당의 한 의원은 “왜 인사가 지금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산정국에서 야당이 예산 협상의 주도권을 쥘 기회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며 인사 시기에 의구심을 표하면서도 공략 포인트가 생겼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 사진=데일리한국 DB

◇김동연·장하성, 왜 동시교체인가?

통상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은 정부와 청와대를 각각 대표하는 ‘경제 투톱’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청와대는 정책 ‘구상’에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책 ‘실현’은 실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담당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구상자와 실무자의 동시교체가 아닌 경제 실무의 핵심인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부의 핵심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주도자가 장하성 전 실장 아니었느냐”면서 “경제 침체 책임의 상당 부분은 김동연 부총리가 아닌 장 전 실장에게 무게를 두는 것이 합당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당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불화설’을 동시교체의 배경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장 두 사람은 고용 등 경제상황이 악화된 올해 초부터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 정책 등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놓고 엇갈린 경제진단과 분석으로 부딪혀온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고용 악화 문제에 대해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분석한 반면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반박한 것이 대표적인 불화 사례다.

이 같은 ‘원팀(One-Team)정신 훼손’ 지적에 대해 윤영찬 수석은 “지금은 경제정책과 포용국가 정책에 협심해서 목표를 달성할 호흡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불화에 따른 경질’을 시인했다.

윤 수석은 이어 “호흡을 잘 맞췄던 분들이 실행에도 훨씬 더 가속도 있고, 힘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김동연·장하성’ 투톱보다는 신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정책실장의 호흡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시사했다.

홍남기 신임 부총리 내정자와 김수현 신임 실장 내정자는 정권 출범 당시부터 국무조정실장과 사회수석으로 정책 구상·실현 호흡을 맞춰왔다.

청와대는 원팀 외에도 ‘홍남기·김수현’ 콤비의 발탁 배경에 대해 △포용국가 △실행력 △정책조율 능력 등을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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