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도발 아닐 듯…논란이 된 건 김정은도 다 알 것"

"리선권도 자극 받았을 것…앞으로 남북회담서 주의할 것"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사진= ‘태영호의 남북동행프로그램’ 블로그 영상 캡처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7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이른바 ‘냉면 발언’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 “좋은 의도에서 웃자고 한 말일 수 있다”며 “북한으로부터 공식사죄를 받아내거나,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을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개인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프로그램’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선권 국수목구멍 발언, 민족화해 입장에서 바라보자’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태 전 공사는 이 글에서 “이선권(리선권)의 냉면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 과연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좌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남측 대기업 총수들 앞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면, 전후 맥락에 관계없이 좀 오만무례한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나 북한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가’라는 발언은 부모가 자식에게, 상급이 하급에게 늘 하는 말”이라며 “이런 말에 불쾌해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리선권이 국수를 함께 먹으로 왔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사전에 계획된 ‘의도적인 도발’은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외무성도 2000년대 초반까지 김정일에게 보고하는 문건에 ‘미국놈들’ ‘중국것들’ ‘러시아것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야 당에 대한 충성심도 높고 자주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김정일이 외교관들까지 그런 야비한 표현을 쓰면 실수할 수 있다고 경고해 그 다음부터 그런 표현들이 없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만일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아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비행장 도착 당시 행사장에 인공기만 높이 띄워 놓은 문제, 평양정상회담 기념사진 촬영 때 한반도 지도 위에 북한 노동당 마크가 있는 배경을 이용한 것부터 문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끝으로 “이번에 이선권의 냉면막말이 논란이 된 건 김정은도 다 알 것”이라며 “이선권 본인도 자극을 받았을 것이며, 앞으로 남북 회담에서 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이제는 북남화해의 견지에서 이 정도 수준에서 (막말 논란을) 정리하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통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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