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권국가…DMZ 관련 사업, 미국 아닌 UN사령부와 협의할 사안”

“2차북미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하면 비핵화 추동…평화협정 논의 가능”

“종전선언·한미동맹 위상, 전혀 관계없어…보수가 우려할 정도는 전혀 아냐”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스타워 내 한일중 3국 협력사무국(TCS)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초청 강연 및 대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반도 평화'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세르주 알리미가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5·24조치 중 유엔(UN)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과 겹치지 않는 부분은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특보는 곧 발간하는 월간중앙과의 12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24조치 해제 여부와 관련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민간교류·이산가족 재상봉 등 유엔안보리 제재에서 허용되는 것들은 진행해왔고, 또 앞으로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특보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24조치는 박근혜정부에서 이미 완화돼 종교·문화인의 방북이 허용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했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이미 박근혜정부도 5·24조치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은 독립된 주권국가인데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충동적으로 말을 하니까, ‘협의’라는 내용을 더 강하게 (표현)하려다가 ‘승인’이라는 말을 썼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특보는 남북간 비무장지대(DMZ) 관련 사업(철도연결 등)에 대해서는 “유엔사령부 소관이므로 미국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우리정부와 협의한) 유엔사와 미국 간 소통문제는 그들의 문제이지, 우리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우리정부는 DMZ와 관련 유엔사와 상당한 협의를 하고, 유엔사는 사실상 미국 합참과 협의한다”며 “우리는 분명히 유엔사와 협의를 하는데, 유엔사가 미국 국무부와 어떤 얘기를 하는지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특보는 ‘미국 의회에서 2차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는 “제일 중요한 건 북·미가 서로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에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게 안 되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문 특보는 “2차북미정상회담은 11월 중에 이뤄져야 바람직 하다”며 “이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그만큼 비핵화도 추동(推動)되고,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특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관련 쟁점으로는 △핵 관련 신고의 문제 △신고한 핵무기·물질 수량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 △북미간 신뢰를 쌓기 위한 종전선언 논의를 꼽았다.

문 특보는 “핵탄두·핵시설의 신고·사찰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확대회담을 하기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문 특보는 “북한사람들 표현을 빌리자면 북한은 패전국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먼저 ‘핵탄두를 반출하라’ ‘리스트를 제출하라’면서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하니, 북한은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설령 북한이 먼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더라도 미국의 분명한 언질이 있어야 한다”며 “언질이 있어서 하는 것과 없이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종전선언 후 주한미군 철수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의 위상이 전혀 관계없다고 분명하게 얘기했다”며 “최소한 우리정부의 입장은 보수가 우려할 정도는 전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문 특보는 이와 함께 △종전선언은 전쟁 종식을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것 △전쟁 종식 선언을 하면 남·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까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전협정 체제와 군사분계선·유엔군사령부·중립국감시위원단 유지 △비핵화와 한반도평화체제를 종전선언과 동시 추진이 “우리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안보를 강조하던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국방비 증액이 4~6%정도였는데, 문재인정부는 8.2%까지 높였다”며 “문재인정부는 종전선언과 평화를 얘기하면서 우리 안보를 지키는 기본적 전력 구조를 구축하는 중이고, 억지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보수층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유로 ‘청와대 내 586운동권 출신 중 과거 북한의 노선을 추종하는 행보를 보인 이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문 특보는 “청와대에서 안보정책과 외교정책은 국가안보실이 담당한다”며 “국가안보실장은 외교관, 1차장은 군 장성, 2차장은 외교관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국가안보실 소속 8명의 비서관 중에서 시민사회 출신은 학자 1명이 전부고, 7개 비서관은 전부 군이나 관료 출신”이라며 “그런데 무슨 586세대가 입김을 행사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지(이해가 안 된다)”고 부연했다.

문 특보는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내 기업총수들이 동행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 자체가 개혁·개방으로 가고, 시장 기제(機制)가 들어갈 수 있어야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 자선사업하는 단체는 아니다”라고 조건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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