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 4·27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놓고 ‘공방’…“적극 추진” VS “결의안 수준”

국민 절반 이상 ‘평양회담 긍정적’…“잘했다·잘한 편” 71.6% vs “잘못했다” 22.1%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데일리한국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적인 성과를 도출한 만큼 정치권에 부는 후폭풍도 거세다.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여부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여야가 평양공동선언의 후속 조치에서도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우선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종전에 가까운 ‘군사합의’와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긍정적 성과를 부각시키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보수야권은 ‘先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위험한 무장해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평양정상회담 성과에 관해 “사실상 불가침 선언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추진함으로써 8000만 겨레가 더 이상 전쟁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반도 ‘평화의 기차’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궤도에 올라섰다”며 “북미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비핵화는 거의 진전이 없고, 우리 국방력은 상당히 약화시켜 버렸다”며 “정찰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를 하고 오셨다. 걱정이 안 될 수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무엇보다 비핵화에 대한 아무런 구체적 진전이 없다”며 “이런 합의가 과연 국제사회 동의 아래 제대로 진전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범보수 야권인 이들의 평가가 이렇듯 부정적인 가운데, 평양공동선언 비준까지 추진될 경우 4·27 판문점선언 비준에서 불거졌던 비용문제에 안보문제까지 더해져 향후 정기국회에서 여야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판문점선언의 비준을 동의해달라며 국무회의를 거쳐 비준동의안을 국회로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여야 원내지도부는 우선 평양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향후 비핵화문제에 있어 국회의 역할이 막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회비준 문제를 놓고 여야의 의견도 ‘적극 추진’과 ‘결의안 수준의 채택’을 놓고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출발새아침’에 출연해 “평양정상회담 이후 판문점선언 비준 문제를 처리하기로 했으니.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서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여야가 합의를 통해 (9월 정기국회에서) 일정한 법안들을 처리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는 저희가 많이 손해를 봤으니, 다음에는 한국당이 많이 양보하셔서 국회비준 문제를 반드시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비준 문제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국회와 논의를 안했기 때문에, 내용으로 봤을 때 하나의 방향성에 대한 결의안 정도로 지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북한이 11월 개최에 합의한 남북 국회회담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국회의 위상과 역할·기능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그런 부분에서 생각하면서 최고인민회의와의 교류 문제를 봐야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국회가 비핵화·국회비준 등 안보이슈를 놓고 정기국회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예고한 가운데, 실제 협상 주체인 북미 간 대화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회담에서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낸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대화 재개는) 김 위원장의 약속대로 2021년 1월까지 완료되는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통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시작”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미 정상의 모습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매우 흥미롭다(very exciting)”고 평가했다. 해당 트윗은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약 1시간 만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 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허용하는 것과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합의했다”며 “그러는 동안에 로켓과 핵 실험은 더 없을 것”이라고 반겼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응답자 501명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 응답률 8.5% / 조사기간 9월 20일~21일)에 따르면 국민 10명중에 7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절반 이상은 강한 긍정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돼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들의 호의적인 평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했다’(매우 잘했음 52.5%, 잘한 편 19.1%)는 긍정평가가 71.6%로 집계됐다.

반면 ‘잘못했다’(매우 잘못했음 13.0%, 잘못한 편 9.1%)는 부정평가는 22.1%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6.3%이다.

보다 자세한 조사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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