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오전 6시40분 백두산으로 출발

백두산 일정 끝으로 서울 귀환…24일 트럼프 만나 '남북회담' 설명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DP 남북정상회담프레스센터=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던 또 하나의 한반도 새 역사가 20일 만들어진다. 남북 정상이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손을 맞잡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6시40분 백두산으로 출발했다. 예정에 없던 문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다.

평양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이날, 지난 4·27판문점회담의 '도보다리 회담'에 이은 한반도 평화를 상징할 또 하나의 명장면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취재진도 예상치 못했다. 청와대측의 백두산 일정 발표 순간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와!”하는 소리와 함께 술렁거릴 정도였다.

양 정상의 깜짝 '백두산 회담'은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연이틀 진행된 정상회담 일정 과정 속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백두산 동반 방문을 제안했고, 이를 문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방북길에서 "나는 백두산에 가긴 가되 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올라가겠다고 그동안 공언해왔다"면서 "늘 사양했던 이유"라며 그간 백두산에 올라보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4·27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선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말한 바 있다.

평소 등산과 트레킹을 즐기는 것으로 잘 알려진 문 대통령의 소원을 김 위원장이 들어주게 된 셈이 됐다. 문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백두산 등정 숙원을 푸는 모양새가 됐다.

백두산은 김 위원장에게도 각별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집권 이후, 중대 결정을 내리는 시점마다 찾아와 '결단'을 내린 곳이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8일 엄동설한에 백두산을 찾은 3주 뒤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시작으로 비핵화 실천의 결정적 단계에 서 있는 남북 정상이 이날 한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다는 백두산 정상에서 두 손을 맞잡는 모습은 단순한 산행(山行) 이상을 넘어 두고두고 회자될 한반도의 역사(歷史)로 남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 어떤 메시지를 천명할지도 큰 관심사다. 남북 관계 개선의 정점을 찍는다는 의미에서 지난 2007년 10·4 선언 때 합의됐던 백두산 관광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과 백두산 직항로 개설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비핵화 실천 의지를 재천명할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공군2호기를 이용해 백두산 인근 삼지연 공항으로 이동한 뒤 차편으로 백두산 남쪽 정상인 장군봉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상황이 좋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일정을 마지막으로 서울로 귀환할 예정이다. 그는 잠시 쉬었다가 23일 미국으로 출국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나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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