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선거 책임론…다소 이르다’ VS ‘확실한 이념 지닌 리더십 필요’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오는 15일 귀국을 예고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포함한 정계 복귀 여부를 두고 정치권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다소 이르다’는 견제성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한편에선 ‘확실한 이념을 지닌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물밑에서 당권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관측되는 최근 당내 상황은 홍 전 대표가 ‘화려한 정계복귀’를 꿈꾼다는 가정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을 통해 잠재적 당권주자로 비박(비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나경원·정우택 등 중진의원들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홍 전 대표를 향한 이들의 직·간접적 견제는 불가피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4일 나경원 의원은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설과 관련 “지난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분석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복귀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조금 빠르지 않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 의원은 당시 “당명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질적으로 당명만 바꾼다고 정당이 새로워지진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 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당명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2월 13일 홍준표 당시 대표가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휴식을 위해 11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서자 한 지지자가 무릎을 꿇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굳이 당권경쟁과 연관을 짓지 않아도,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에 부정적인 당내 여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9일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주변에선) 복귀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예상보다 복귀가 이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당초 홍 전 대표가 지난 7월 8일 미국으로 출국 전 밝힌 정계 복귀 예상 시점만 해도 “연말까지 나라가 나가는 방향을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 시사와 관련해서는 당 밖에서도 주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당권도전’에 대해 “홍 전 대표는 가던 길을 멈추어 되돌아섰고, 김무성 전 대표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했다”며 “상처뿐인 영광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3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홍 전 대표는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라며 “그냥 불명예 정계 은퇴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하 최고위원은 “다음 총선 때까지 쉬시고, 그때 다시 나오면 ‘홍준표 같은 분이 필요하다’는 향수도 생길 것”이라며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다. 그것이 정치수명을 단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비핵화·경제문제 등에서 선명한 이념대립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켰던 홍 전 대표는 최근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세에도 별다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이하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홍 전 대표는 보수층(487명, 표본오차 ±4.4%p)에서 6.9%로 5위, 중도층(943명, ±3.2%p)에서도 6.1%로 5위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당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홍 전 대표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을 정도로 향후 큰 반전이 있을 확률은 많지 않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홍 전 대표가 돌아와 강한 발언을 하면, 오히려 문재인정부가 다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며 “홍 전 대표 체제를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6·13지방선거 투표 결과에서 이미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어 “국민들이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지를 접는다고 해서 ‘극우적인 발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홍 전 대표가 5위를 차지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홍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출범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눈에 띄는 혁신, 인적청산 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홍 전 대표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된다.

또한 직접적으로 홍 전 대표를 거론하진 않지만, 한국당에 확실한 이념을 지닌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없지는 않다.

6·13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강한 야당’의 필요성을 강조, 상대적으로 온건적 이미지를 내세운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김 전 지사는 지난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의 복귀시점을 두고 ‘다소 이르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에 대해 “빠르거나 늦는 것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사실상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지사는 ‘한국당에 필요한 당대표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당 당대표로 확실한 좌파 체제전복세력과 투쟁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체제수호 투쟁을 선명하게 확실히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남북공동성언인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 성과도 특히 비핵화 문제에서 강성발언을 이어 온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 성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선 정상회담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에도 홍 전 대표의 반사이익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북한문제에서는 홍 전 대표 뿐 아니라, 한국당 차원에서도 꾸준히 ‘한미동맹’과 ‘국제사회 공조’를 우선하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홍 전 대표는 지난 2일 중도·보수층의 불안감을 가장 증폭시킬 수 있는 최적의 소재인 안보 현안에 다시 한 번 각을 세웠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다양한 방법도 고려 중”이라며 “(다음) 총선 때는 연방제 통일 프레임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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