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2.0, 특전사·국회 국방위원 출신으로서 군 개혁 의지·다짐 담긴 개혁안
일부 보수 언론 ‘대북억제 전력 감축안’ 비판, 軍 전문가 “국민 오도할 측면 강해”
군 개혁 초반 성패, ‘北과 관계 진전·기무사 개혁·송영무 국방부 장관 거취’에 달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군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개혁 방향성도 분명히 했다. ‘국방개혁 2.0’이 바로 그것이다.
2.0이란 네이밍은 보통 컴퓨터 프로그램에 많이 붙여 쓴다. 단계적인 버전 업그레이드라는 의미에서다. 즉 국방개혁이란 용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 쓰여지는 말은 아닌 셈이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를 시작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10년도 훌쩍 넘는 세월동안 국방개혁 시도는 수차례 추진돼왔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방개혁 2020’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방개혁 307’,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국방개혁 1430’으로 명명돼 발표돼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개혁의 동력이 한 차원 높아야 한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쏟아졌다.
정권 출범 초반에 발표된 군 개혁안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지지부진 해진 이유다.
일단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개혁 2.0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문 대통령의 삶과 정치적 행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에서 군 복무를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정치적 뿌리로 두고 있는 그에게 툭하면 ‘빨갱이’ 지적을 하는 세력들을 향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 같은 이력으로 반박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직접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빨갱이”라고 일갈하기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정계에 입문한 뒤 19대 후반기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전반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전격적으로 국방위를 자원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관계자는 기자에게 “문 의원은 우리나라의 국방 정책 분야 가운데서도 국방개혁이 가장 먼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소임을 갖고 있다”며 그의 국방위 자원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두 번의 대선과정을 거쳐 국군통수권자가 된 문 대통령의 군 개혁 의지와 다짐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2.0’에 담겨 있는 셈이다.
다만 ‘대한민국 전군 개혁’이란 과제가 의지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일단 개혁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우선적으로 국방개혁이 필요한 당위성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시대적인 흐름에 따른 상황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안보 환경이 변화했고, 무엇보다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 등이 인류를 새로운 삶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국방 분야에서 흡수하고, 우리의 강한 군대와 책임 국방에 녹여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인구절벽 문제에 따라 군대에 가야 할 청년층이 줄어들어 어쩔 수 없는 방향 전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1971년만 하더라도 한 해에 100만 여명이 태어났지만, 2016년생은 43만 여명에 불과하다.
군대에 가야 할 젊은이들이 100만 명이나 존재하던 시대와 채 절반도 안되는 43만 명에 그치는 시대의 군 정책이 같을 수는 없다.
따라서 과학기술과 안보상황의 변화, 북한의 위협도 있지만 사이버 테러 등 비전통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도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병력 수는 줄이면서도 신축적이고 적응력 있게 변화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국방개혁 2.0의 방향성과 필요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국방개혁 2.0이 공식적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적으로 받은 시기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전군의 수뇌부들이 청와대로 모두 모인 지난 7월 27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이기도 했다.
송 장관은 이날 전군을 대표해 문 대통령에게 국방개혁2.0을 보고했다.
이날 화두가 된 것 가운데 언론이 크게 보도한 사안들이 있다. 3군 균형발전과 장군 수·병 복무기간 감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이다.
이 문제들은 언론이나 국민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큰 관심을 받는 만큼 경계해야 할 측면이 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 정전협정일에 군 병력 11만8000명을 감축하고, 군대 복무 기간을 줄이는 등 대북억제 전력 감축안을 내놨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형욱 국방연구원 국방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국민들을 오도(誤導)할 측면이 다분하다”며 이 같은 비판을 반박했다.
부형욱 연구위원은 “11만8000명이 감축되는 것은 인구절벽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부터 2022년 까지 이미 하기로 했었던 것이고, 군복무 기간 단축도 과거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 연구위원은 “군 병력도 일방적으로 감축하는 것이 아니다. 첨단화 장비는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업군인들이 맡는 것”이라며 “과학기술의 발전 즉 첨단·자동화 되는 장비에 따라 인원이 감축될 수 있는 분야를 감안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도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깝고도 가장 먼 사이인 북한과의 관계 진전은 문 대통령의 국방개혁 정책 방향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8년에 접어들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의 바람’이 우리 국방개혁안에 반영될 여지는 크다.
실제 문 대통령은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의 비핵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그간 우리 군은 북한을 비롯해 다종의 위협에 처해왔기 때문에 신축성과 적응성을 가진 군대가 돼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면서 “최근 북 위협에 대비한 신공세적 작전 개념 얘기가 많이 나온 이유”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제는 북핵 상황이 진전되기 때문에 새로운 공세적 작전 개념 요컨대 ‘전쟁 발발 시 2주내 평양을 점령’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의 공격이 발생하면 우리가 공중이나 해상에서 보복은 할 수 있지만, 점령을 한다는 것은 얘기가 다른 것”이라면서 “북한은 핵을 갖고 있다. 평양을 점령하면 핵을 사용할 것이다. 전쟁은 하지만 최소한의 피해 규모는 줄여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전쟁의 위협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공세적인 작전 개념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이것을 우리의 의지박약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방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개혁이다. 기무사는 그간 민간인 사찰과 계엄령 문건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전에도 없는 용어인 '해편(解編)'이라는 말을 써가며 단호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단순한 개편이 아니라 해체한 이후에 개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부형욱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에 기존의 기무사령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령부를 만들라는 의미의 해편 지시를 했다는 것만 봐도 대통령의 기무사 개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 연구위원은 기무사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과제로 “군의 정치 개입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돼야 한다”면서 “시민사회는 이를 민주주의 공고화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거취도 문재인 정부의 군 개혁 초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사안이다.
송 장관은 계엄령 문건 ‘침묵’ 파문에 이어 기무부대장과의 ‘하극상’ 논란까지 겹치면서 리더십에 큰 흠집이 생겼지만 여전히 현 정부의 국방개혁 의지를 가장 확실히 끌고 갈 적임자로 평가된다.
송 장관은 비(非)육군 출신인데다 문 대통령과는 오래 전부터 국방개혁의 방향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온 사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첫 국방부 장관을 그에게 맡긴 이유다.
송 장관 스스로도 기무사 개혁과 함께 국방개혁2.0 과제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해 청와대 안팎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경질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송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남은 5개월 동안 ‘국방개혁 2.0’과 관련한 국정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청와대로부터 유임 언질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군 개혁 마스터플랜이라 할 수 있는 ‘국방개혁 2.0’의 최종 보고자인 송 장관이 경질된다면 그 추진 동력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송 장관을 군 개혁의 동반자로 계속 함께 갈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