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지지율 상승·무당(無黨)층 확대로 이어졌나…10%대 ‘박스권’ 형국

김병준 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들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리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이쯤 되면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얘기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촉발된 탄핵정국 이전 어떤 악재에도 30%대 ‘콘크리트 지지율’을 회복했던 보수정당의 위상을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촛불시민혁명의 바람을 담고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눈에 띄는 ‘반사이익’ 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국당 일각에서는 언론매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의견과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초선 의원은 10일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언론 노출 빈도가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추리고 있는 과정이라서 언론 노출이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언론보도가 대부분 ‘막말’ 등 파격적인 내용이나, 대형 이벤트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 정도가 아니면 잘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지지율 정체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 재선 의원도 여론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김병준 위원장이 온 뒤에 조직도 안정화됐고, 원내 정책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생산해내는데, 이런 내용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건 매체들의 책임”이라며 “최근 뉴스를 보면 한국당의 이슈를 다루는 내용은 순서가 뒤로 밀려 다뤄지는 경우도 있어, 그런 문제를 극복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100% 신뢰하며, 언론매체의 책임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비대위가 출범하기 전 까지 의원총회에서 당내 다툼이 벌어져 국민들에게 더 암담한 좌절과 분노를 일으켰다”며 “패배해 놓고서도 싸우기만 한다는 이미지로 비춰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남을 탓할 일이 아니고, 순전히 우리를 탓할 일”이라며 “그간 국민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겨줬던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현재의 낮은 지지율은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6·13지방선거가 열렸던 6월 2주차엔 56.0%를 기록했으나,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8월 1주차엔 41.0%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당은 눈에 띄는 반사이익 없이 10%대 초중반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래픽=갤럽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한국당이 참패를 당한 6·13지방선거부터 시작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2주차 정당지지율 조사결과(응답자 2007명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 응답률 5.1% / 조사기간 6월 11일~12일, 14~15일)를 살펴보면 민주당은 57.0%, 한국당의 지지율을 17.6%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은 지난 19대 대선 직후 기록했던 최고치(56.7%)를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한국갤럽’의 6월 2주차 정당지지율 조사(한국갤럽 자체조사 / 응답자 1007명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 응답률 15% / 조사기간 6월 14일)에서는 민주당이 56.0%, 한국당이 14.0%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은 창당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기관의 여론조사 모두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6·13지방선거의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후 8월 1주차 여론조사(리얼미터 7월 30일~8월 3일 조사, 갤럽 7월 31일~8월2일 조사)가 진행될 때까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일시적으로 소폭 반등했던 지점을 제외하면 전박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 하락은 공교롭게도 한국당이 참패를 당한 6·13지방선거 직후인 6월 3주차부터 시작됐다. 그래픽=리얼미터(위), 한국갤럽(아래)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리얼미터 조사결과 75.9%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18~22일 조사) 75.4%→6월 4주차(25~29일 조사) 71.5%→7월 1주차(2~6일 조사) 69.3%→7월 2주차(9~13일 조사) 68.1%→7월 3주차(16~20일 조사) 62.9%에 이어 7월 4주차(23~27일 조사)엔 61.1%까지 떨어졌다. 다만 8월 1주차엔 63.2%로 소폭 반등했다.

문 대통령은 갤럽 조사에서도 79.0%를 기록했던 6월 2주차(14일 조사) 이후 6월 3주차(19~20일 조사) 75.0%→6월 4주차(26~28일 조사) 73.0%→7월 1주차(3~5일 조사) 71.0%→7월 2주차(10~12일 조사) 69.0%→7월 3주차(17~19일 조사) 67.0%→7월 4주차(24~26일 조사) 62%에 이어 8월 1주차엔 60.0%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리얼미터 조사결과 57.0%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 54.1%→6월 4주차 49.6%→7월 1주차 47.5%→7월 2주차 45.6%→7월 3주차 43.4%을 기록 한 뒤, 7월 4주차엔 44.0%로 소폭 반등했으나, 8월 1주차엔 다시 42.8%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은 갤럽 조사에서도 56.0%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 53.0%→6월 4주차 52.0%→7월 1주차 51.0%→7월 2주차 49.0%→7월 3주차·4주차 48.0%에 이어, 8월 1주차엔 41.0%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당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리얼미터 조사결과 17.6%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 16.7%→6월 4주차 17.9%→7월 1주차 18.3%→7월 2주차 17.0%→7월 3주차 18.3%→7월 4주차 18.6%→8월 1주차 17.6%로 집계됐다. 최저 지지율은 17.0%, 최고 지지율은 19.5%였다.

한국당은 갤럽 조사에서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지 않았다. 14.0%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 11.0%→6월 4주차 10.0%→7월 1주차·2주차·3주차 10.0%→7월 4주차·8월 1주차 11.0%로 나타났다. 최저 지지율은 10.0%, 최고 지지율은 14.0%였다.

지방선거 이후 8월 초까지 두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만 놓고 본다면, 정부여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의 감소가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리얼미터 6월 2주차 여론조사(위)와 8월 1주차 여론조사(아래) 결과 비교. 더불어민주당(57.0%→42.8%)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자유한국당(17.6%→17.6%)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으며, 정의당(6.9%→14.3%)은 대폭 상승했다. 그래픽=리얼미터
이에 일각에선 민주당을 이탈한 지지층이 정의당에 흡수되거나, 선호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으로 돌아섰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쉽게 말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이 진보층의 감소로 이어지진 않았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정책에 반발 심리를 갖고 이탈한 중도층은 한국당 지지보다는 판단 유보를 택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의당의 지지율은 리얼미터 조사결과 6.9%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 8.0%→6월 4주차 9.4%→7월 1주차 10.4%→7월 2주차 11.6%→7월 3주차 10.4%→7월 4주차 12.5%에 이어 8월 1주차엔 14.3%까지 올랐다.

정의당은 갤럽 조사에서도 8.0%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엔 7.0%로 떨어졌으나, 6월 4주차 9.0%를 기점으로 7월 1주차와 2주차·3주차에는 10.0%로 오르더니, 7월 4주차에는 11.0%를 기록하며 한국당과 동률을 이뤘고, 8월 1주차에는 15.0%로 한국당을 추월했다.

무당층은 리얼미터 조사결과 7.4%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 9.1%→6월 4주차 12.0%→7월 1주차 12.5%→7월 2주차 14.2%→7월 3주차 15.6%까지 올랐다가, 7월 4주차엔 13.4%로 내려갔으나, 8월 1주차엔 다시 14.5%까지 올랐다. 유일하게 하락한 7월 4주차는 고(故) 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런 별세가 이슈가 됐던 기간이었다.

무당층은 갤럽 조사에서도 16.0%를 기록했던 6월 2주차 이후 6월 3주차 21.0%→6월 4주차 23.0%→7월 1주차 22.5%→7월 2주차·3주차 24.0%→7월 4주차 23.4%→8월 1주차 26.0%까지 올랐다. 7월 1주차에 전주 대비 0.5%p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올랐다.

이와 관련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실장은 10일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일부 지지층이 민주당에 신뢰성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한국당에 신뢰를 갖지도 못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김병준 위원장이 홍준표 전 대표의 리더십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의 기존 인적 구성원은 바뀌지 않았다는 걸 유권자들도 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인적구성원에 대한 교체 등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지지율이 오를 것 같다”며 “반면 민주당의 경우 최근까지 홍 전 대표의 막말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경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성장논리가 강화되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의 시대정신은 양극화 해소와 한반도 평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며 “모두 이념성향적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진보적인 색채를 띠는 의제들이기 때문에, 한국당이 진보적인 의제를 일부라도 수용하지 않는다면 반사이익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6월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13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충격적인 사태를 겪은 지 불과 1년 6개월 정도 지났기 때문에 그 충격을 벗어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최근 민주당에서 이탈한 지지층은 대부분 중도보수층으로 짐작된다”며 “아직까지 한국당이 ‘극우’적인 색깔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반사이익이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한국당의 ‘극우 이미지’는 정책적 보수를 뜻하는 게 아니고, 홍준표 전 대표의 ‘감정적 대응’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정책적인 극우가 아닌, 극우적인 막말이 잇따라 나오자, 탄핵으로 받은 충격에 더해져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번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의 경우 모두 CBS의 의뢰를 받아 무선전화면접 10%·무선 70%·유선 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조사됐다.

갤럽은 모두 자체조사였으며, 휴대전화를 이용해 조사원이 직접 묻고 응답받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휴대전화로 접근이 어려운 일부 조사계층은 유선조사로 보완했으며, 반영 비율은 평균 15% 내외였다.

보다 자세한 조사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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