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검침일 7월 22~26일인 419만 가구 대상 조사해 이례적 결과 얻어

백운규 장관 "각 가정의 절전 노력"VS 산업계 "에너지효율 기기 보급 덕분"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7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올해 7월 사상 최악의 폭염이 몰아친 가운데 전년 동월보다 전기요금을 적게 낸 가구가 43%인 179만 가구에 달해 주목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누진제 걱정으로 가정이 전기사용을 억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에너지효율을 높인 가전제품 등의 보급으로 전기사용이 억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산업부는 폭염이 시작된 7월 각 가정은 전기를 예상보다 많이 쓰지 않았다고 7일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올해 7월 전기요금을 분석한 결과 전기요금이 0원~1만원 증가한 가구가 전체의 46%로 194만 가구며 1만~5만원 증가한 가구가 42만 가구로 10%를 차지했다. 5만~10만원 증가한 가구가 0.8%로 3만2000가구였으며 10만원 이상 증가한 가구가 7000가구로 0.2%에 불과했다. 오히려 전기요금이 인하된 가구가 179만 가구로 43%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은 검침일이 7월 22~26일 사이로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곧 도착할 예정인 419만가구로 전체의 20%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러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며 가정이 절전을 실천했기 때문으로 추론했다.

백 장관은 “전기요금 폭탄, 전기요금이 크게 늘어나는 일은 전기사용 구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폭염이 시작되기 전 17일은 장마로 인해 전력수요가 감축됐고 폭염이 처음왔을 때 국민들이 견뎠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이어 “폭염이 4일 이상 지속되면 사람이 견디기 어렵다고 하는데 가정들의 7월 주택용 전기요금 사용 결과가 국민들이 전기 사용을 아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정부가 고통을 해결한다는 것이 이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경감 취지”라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주민들이 절전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지만 산업계의 관점은 다소 달랐다.

에너지효율을 높인 가전제품과 각종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기기 등이 다수 보급됐기 때문에 폭염에도 전기 사용이 억제된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의 에너톡은 각 가정에 설치된 가전기기의 전력사용을 스마트폰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에너톡으로 알려져 있다. LG유플러스와 협업을 통해 7만개, 인코어드 테크놀로지 단독으로 3만개 등 총 10만개가 보급됐을 정도다.

에너톡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콘 등 개별 가전제품의 전력사용을 파악할 수 있다. 에너톡을 이용해 직접 가전기기를 제어할 순 없지만 전기사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기사용량을 17%까지 줄였다는 것이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의 전언이다.

인코어드 테크놀러지에 따르면 에너톡 이용자는 전기사용량을 17%까지 줄이고 있으며 가정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에어컨이 아닌 전기레인지다. 이는 이번 폭염이 에어컨 사용 증가를 불렀지만 직접적으로 전기수요 증가엔 영향이 없다는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달린 가전기기의 보급도 절전의 한 요인이다.

AI 에어컨은 최대 20% 가까이 절전 효과가 있다고 전해졌다. 실외기와 실내기에 달린 센서들을 활용해 사용자에 최적화된 온도를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전과 함께 사물인터넷(loT)이 장착된 냉장고를 이용해 진행하는 국민DR(수요반응)도 유력한 절전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전기기 중 냉장고가 하루 종일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전력을 소비한다. 한전은 수요자원 계약자와 계약을 통해 한전이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임의로 냉장고 온도를 조정하는 산업부의 국민DR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가정의 절전과 가전기기의 에너지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강희찬 인천대 교수는 “미국은 에너지효율을 높인 가전제품을 1970년대부터 보급하기 시작해 전력사용을 당초 예상치보다 70% 정도 유지했다”며 “고효율 에너지절감 기능이 포함된 가전제품 사용을 확대해 전체 전력수요의 13.5%를 차지하는 주택용 전기수요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7월 전기사용량이 예상보다 작은 이유는 각 가정이 기울인 노력도 있겠지만 에너지효율 기기 보급도 한몫했을 것”이라며 “산업부는 에너지효율 향상을 통해 전기수요를 줄이는 정책에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폭염이 몰아친 7월 주택용 전기요금의 사용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전년동월 대비 전기요금이 줄어든 가정이 43%에 달했다. 사진=안희민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