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필승전략 내세운 3인방…‘젊은피’ 송영길·‘경제통’ 김진표·‘연륜’ 이해찬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집권 이후의 책임은 당대표에게도, 후보 ‘공약’ 주목해야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투표를 통해 예비경선을 통과한 3명의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후보.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포스트 추미애’를 향한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들의 경쟁이 뜨겁게 불붙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오는 8월25일, 19대 대통령 선거와 6·13지방선거 완승에 이어 ‘2020년 총선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당을 진두지휘할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한다.

집권여당이라는 타이틀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새 당대표가 이끌어야 할 역할은 6·13지방선거 패배 이후 일제히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 야당들 못지않게 막중하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집권 1년차에서의 ‘구상’ 역할을 끝내고, 집권 2년차 시기에서 ‘성과’를 내야 할 시기라는 점이 차기 당대표의 ‘뒷받침’ 역할의 중요성을 가장 잘 설명할 대목이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급박하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성과부터 요구한 야당은 지금껏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정부 출범 2년차에 접어들어 모든 정책의 실패와 이에 따른 책임은 지금부터 정부에 묻는 것이 상식적인 상황이 된 만큼,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새 당대표에 요구된다.

정당은 집권이 목표인 만큼, 집권 이후의 책임은 당헌과 당규에 의거해 선출된 당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 또한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오래된 관례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번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후보로 등록한 8명이 일제히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 하겠다”고 나섰던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예비경선을 거쳐 지난 26일 최종 후보 3명으로 압축됐다.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기호순)가 한 달 여 간의 당권 레이스에 돌입해 폭염 못지 않은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큰 틀에선 저마다 ‘친문(친문재인)’을 강조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각양각색의 개성과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즉 어떤 인물을 뽑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향후 2년이 어떤 색깔로 바뀔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당원들은 2020년 총선 승리를 이끌 리더십 못지않게 정권의 안정과 정책의 성공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위해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를 마친 뒤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젊은피’ 송영길

송 후보는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슬로건도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민주당, 새로운 리더십’을 전면에 내걸었다. 실제 나이도 가장 적다. 김진표(71)·이해찬(66)·송영길(56) 순이다.

송 후보는 유일한 호남 출신(전남 고흥)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호남의 대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피 수혈론’을 가는 곳마다 강조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치권의 386 대표주자들인 이인영·우상호 의원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송 후보도 당시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영입돼 ‘DJ키즈’로서 어느덧 4선 반열에 오르는 등 당의 중진으로 맹활약 해오고 있다.

송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끊임없는 혁신과 젊은피 수혈로 개혁·혁신을 이뤄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면서 “이번에는 호남 출신 당대표가 나와야 할 때”라며 자신을 기점으로 ‘호남 당대표’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송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이 경력을 내세워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외교다변화 핵심 정책인 ‘신(新)북방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세력 싸움’에서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와 이 후보에 비해 다소 밀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의 승패를 가를 변수는 모두 85%의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문심’을 어떻게 가져올 것이냐가 핵심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당대표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구민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동(갑) 지역대의원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통’ 김진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능력과 의지에 있어서는 송 후보 못지않게 김진표 당대표 후보도 강력한 아우라를 뽐낸다.

김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당 내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정부의 경제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적절하게 내놓을 수 있는 당대표라면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김 후보가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는 기본적인 공략 포인트다.

김 후보는 이 같은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 29일 기자들을 만났을때도 “민주당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슬로건 역시 ‘유능한 경제정당 경제 당대표’다.

김 후보는 최근 뚜렷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의 주요 이유를 ‘경제 상황 악화’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총력을 쏟고 있는 일자리 문제만 하더라도 최근 월 취업자 증가 수는 5개월 연속 10만 명 안팎에 머물고 있고,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3%에서 2.9%로 낮추는 등 경제 ‘적신호’가 잇달아 켜지고 있다.

김 후보의 단점으로는 ‘정부와의 노선 갈등’에 대한 우려가 꼽힌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데 앞장서왔고, 대표적인 시장경제주의자로서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등 그간의 당 경제노선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섞인 기류가 형성돼 있다.

이 같은 비판적인 시각에 김 후보는 “개혁”이라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그는 “제 별칭이 ‘개혁진표’”라며 “경제의 역동성을 위해 진짜 개혁이 필요한 때”라며 굴하지 않겠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이 28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묵념하고 있다. 사진=이해찬 의원실

‘연륜’ 이해찬

이 후보는 민주당의 ‘큰 형님’으로 불린다. 선거 슬로건 역시 ‘든든한 이해찬 강한 민주당’을 내걸었다.

이 후보는 ‘친문 좌장’으로 평가될 만큼 문 대통령과의 친분도 각별해 ‘문재인 팬덤’의 강력한 지지도 얻고 있다. 당대표 선거 개시 전부터 유력 후보로 언급돼온 배경이다.

이 후보의 경력도 화려하다.

국민의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는 국무총리를,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에서 당대표까지 지냈다. 국회의원으로 7선을 지내며 현재 당 내 최다선을 기록 중이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치 9단’인 셈이다. 그러나 대쪽 같은 성격으로 알려진 그에게 이 같은 이력은 단점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올드보이’ 이미지로 노쇠화 된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외적인 모습만으로는 3인 후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후보가 김진표 후보보다 무려(?) 다섯살이나 적을 정도로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연륜’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나름의 설명이나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30대들과의 ‘소통 부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국무총리까지 지낸 만큼 청와대 관료들이 대하기 어려워해 ‘당청 소통’이 껄끄럽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이 후보는 기자들에게 “이견을 조정하며 충분히 토론하는 것이 소통이지 악수하고 밥이나 먹으러 다니는 게 소통은 아니다”며 ‘버럭총리’다운 모습으로 반박했다.

이 후보는 당대표 당선 시 △문재인 정부 뒷받침 △당 현대화 △남북협력 지원 △20년 집권개혁 만들기에 모든 힘을 쏟겠다며 “제가 해야 할 마지막 소임”이라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호프타임을 갖는 동안 시민들이 몰려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승부의 향방은 ‘친문’의 표심

3명의 당권주자들은 전국을 돌며 국민과 당원들을 대상으로 표심몰이에 주력할 예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표심은 ‘문심’이 관건이다. 앞서 이들이 예비경선을 통과해 본경선까지 오르게 된 배경에는 친문의 표심이 갈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즉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19대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송영길, 친노·친문 ‘좌장’인 이해찬 후보가 친문 당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얘기다.

이제 ‘세부적인’ 친문 표밭을 향해 3명의 후보가 열띤 행보를 펼친다.

민주당 전대는 오는 8월3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에 돌입한다.

4일 광주·전남·전북에 이어 5일 충남·대전·세종, 10일 부산·울산·경남, 12일 대구·경북, 17일 인천, 18일 서울·경기 순으로 대의원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문재인 팬덤은 ‘이니 사랑’을 잠시 접어두고,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옥석 가리기’에 시간을 투자할 때다. 3인 후보에 대한 정밀 검증은 물론 총괄적 리더십 평가 등 그 어느때 보다 냉정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