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승리도·진보의 패배도 아닌 '문 대통령을 신임한 국민의 업적'이란 평가 나와

"'정책'에 집중한 문 대통령과 '정쟁'에 몰두한 박 전 대통령"…'진정성'에서 큰 차이

문재인(좌측)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데일리한국 DB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6·13지방선거는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서울에서도,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부산에서도, '진보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광주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전국방방 곳곳에 민주당의 파란 깃발이 꽂혔다. 이는 진보의 승리로 읽어야 할까, 아니면 보수의 패배로 규정해야 할까.

그런데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 있다. 제3의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전적으로 신임한 국민의 업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미 '민주당의 예고된 승리'였다는 분석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덕이 컸다는 국민적 목소리도 높다.

먼저 민주당의 승리 요인을 살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민심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측근 정치'를 계기로 대선에서 정권을 내준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준비한 선거 전략이라곤 홍준표 전 대표의 품격 없는 막말과 반대를 위한 반대뿐이었다는 점이 치명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70년간 냉전과 분단의 아픔이 가득했던 판문점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남북한 정상의 악수를 '위장평화쇼'라고 폄훼한 '홍준표 보유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란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된 시대에 대중적인 여론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언제부턴가 SNS상에서는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돌고 있다. 이른바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에 맞상대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조어다. 문 대통령을 '선거 킹'으로 치켜세우고, '문재인 시대'가 탄탄하게 열렸다는 열광적인 목소리가 영·호남을 불문하고 분출하고 있는 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는 전례 없이 고공행진을 벌여온 문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집권 1년차 지지율은 83%로 역대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언뜻 '선거의 여왕'이라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연상되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56%의 지지율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임기 막판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의 신임을 잃어 파면 당했지만, 그 또한 한때는 '朴풍'(박풍)으로 불리며 '차떼기 정당'을 선거 때마다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한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했다.

그렇다면 '선거의 킹' 문 대통령과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통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22일 청와대 춘추관 인근에서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힘은 선거철에만 빛을 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이제 갓 1년간 집권했을 뿐이지만 짧은 기간 동안 일자리와 평화 등 '정책'에 집중해왔다"면서 "취임 1년이 넘도록 '선거'란 단어를 단 한 번이라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박 전 대통령은 계절을 불문하고 '친박'의 수장 역할을 했고, 이에 따른 '정쟁'에만 몰두했다"면서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신(新)베를린선언'이라는 로드맵을 통해 4·27남북정상회담과 6·12북미정상회담이란 결과물을 만들어낸 문 대통령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란 개념과 절차가 모호한 정책으로 정체성이 불분명한 '통일은 대박'이란 구호만 남은 박 전 대통령은 정책에 대한 집중력이나 진정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인 셈이다.

결국 '한반도 평화'라는 정치적 빅 이벤트를 주도한 문 대통령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각종 사건사고와 함께 정책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무능한 지도자였다는 인식으로 각인된 박 전 대통령의 악령을 떨치지 못한 한국당에 완승을 거두게 됐다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광역단체장·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한 6·13선거 민주당 후보 전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는 출마 후보자에 대한 공약이나 정책보다는 지지하는 정당 기호에 연달아 기표하는 이른바 '줄투표' 현상을 나타나게 한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는 분석이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는 완전한 줄투표 선거였다"면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기본적인 신임과 한국당에 대한 심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집권 1년이 넘어서면서까지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문 대통령과 50%대의 지지도를 기록한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토대로 향후 강력한 국정 운영 동력을 얻게 됐다.

반면 'TK당'(대구·경북당)으로 전락한 한국당은 사실상 '보수 궤멸' 사태를 맞아 당장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을 벌써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당의 중앙당 해체나 비대위 구성 등은 과거에 다 했던 일”이라면서 “차라리 당을 완전히 해체한 후 무소속이 나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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