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 발표…뜻밖의 일로 매우 유감”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제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담화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김 제1부상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을 결단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심 높이 평가해왔다”고 치켜세운 뒤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김 제1부상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수뇌 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회담 취소의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김 제1부상은 또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정상회담 준비에 임했던 북한의 진정성을 내비추기도 했다.
김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철회의 배경으로 지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 내용에 대해서는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폐기를 압박해온 미국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북한의)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애써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제1부상은 그간 북미 양국이 회담을 앞두고 가장 큰 입장 차를 보여왔던 ‘핵폐기 방식’에 대해서는 “(북미 정상이)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봐야 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공개서한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내달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정상회담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최근 북한이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고려할 때, 이번 만남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 말미에 “북한의 핵보다 더 강한 미국의 핵이 사용되지 않길 바란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 전화나 편지를 달라”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단은 최근 미국을 향한 북한의 연이은 강경발언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북한은 미국의 대북강경파로부터 ‘리비아식 핵포기’ 사례가 언급될 때마다 외무성의 김계관 제1부상·최선희 부상 등 외교라인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언급하며, 미 행정부를 비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