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北, '남북고위급회담 무산' 원인으로 지목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전현정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는 24일 "태영호 자문위원이 어제 오후 사의를 밝혔다"면서 "현재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늘 면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100% 자발적인 사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대화와 평화를 바라는 국민을 위해 남북화해와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할 상황에 대한 고민 끝에 내린 판단"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4일 태영호 전 공사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등의 초청으로 국회에서 강연과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때 태 전 공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진정한 핵 폐기'에 기초한 합의가 나오는 건 절대 불가능"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은 결국 김일성 가문의 세습통치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북핵을 완전히 폐기하려면 군사적 옵션이나 국가적 경제 제재를 밀어붙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태 전 공사는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2015년 5월 김정은 위원장이 자라양식공장을 현지지도했을 때 새끼 자라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공장 지배인을 심하게 질책한 뒤 처형을 지시해 즉시 총살이 이뤄졌다'고 적기도 했다.

16일 새벽 3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몇시간 뒤 열릴 예정이던 '남북고위급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하면서 한미연합공습훈련인 '맥스선더 훈련'과 함께 태 전 공사의 언행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통신은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17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인간쓰레기들을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비방중상하는 놀음을 벌였다"고 말했다.

19일에는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태 전 공사의 최근 기자회견과 도서발간 등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남조선 당국은 사태가 더 험악하게 번지기 전에 탈북자 버러지들의 망동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우리민족끼리'는 특히 태 전 공사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24일 태 전 공사가 국정원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도 사의 이유로 거론했다고 전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나가서 자유롭게 활동하겠다"면서 "블로그 활동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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