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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14일 ‘한반도평화’를 주제로 국회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 창간 4주년 특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을 이끌어낸 4·27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북미간 신뢰가 회복되면, 그 때 완전한 핵폐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데일리한국 창간 4주년’을 맞이해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진 김동원 데일리한국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결국 북한이 얘기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는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 비핵화) 또는 PVID(영구적 비핵화)와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美행정부가 최근 제시한 비핵화 시한인 2020년을 근거로 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종료(2021년 1월20일)와 북한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나는 시점(2020년 말)과 거의 일치한다. 미국이 그리는 비핵화 완료 로드맵이 최대 향후 2년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북한 유경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기획' 의혹에 대해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며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의원은 “언론에서 그 문제를 물어보면 민감한 문제이니, ‘구동존이(求同存異)’ 하자고 한다”며 “대북문제는 모든 것이 ‘선이후난(先易後難)’, 일단 쉬운 것부터 하고 어려운 건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4·27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 위에서 나눴던 대화 중 베트남식 개혁·개방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서 제2의 등소평(덩샤오핑)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중국과 베트남을 예로 들면 답이 나온다”며 “중국과 베트남도 강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다가 개혁개방 후에는 그같은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거기에 맞는 변화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4·27정상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의 국회비준을 요청했으나, 자유한국당이 절차와 내용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대북문제에서는 보수정권의 업적이 진보정권보다 더 크다”고 강조한 뒤 “야당에서는 자신들의 좋은 업적을 계승·발전시키려고 해야지, 자신들이 이뤄놓은 업적을 부인하고, 깨려고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의원은 북한이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5월23~25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언론 시찰단 초청 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결국 북일 관계도 잘 될 것이라고 보며, 한반도 평화는북일 관계도 잘 풀려야 한다”면서 “그 일(북일 관계 조성)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일정상회담의 브릿지(가교 역할)를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진행된 ‘한반도평화’를 주제로 진행된 ‘데일리한국 창간 4주년 특별 인터뷰’에앞서 국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면서 손하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박 의원은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대북통’으로 꼽힌다. 지난 2000년 6월 분단 후 최초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특사로 활약, 남북화해의 ‘이정표’로 불리는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박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임기 내 함께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공보수석·정책기획수석·정책특보·대통령 비서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지난 2000년 4월10일에는 남북한 정상회담 일정을 처음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김동원 데일리한국 편집국장 간 일문일답.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데 이어, 청와대로부터 이번 4·27남북정상회담 만찬에도 초청받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북측 인사들과 나눈 주요대화도 궁금하다.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행사에 참석한 일이다. 리 여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만찬장에 참석한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고 느꼈다. 김대중 정부 당시 평양에 수차례 방문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났을 때는 누구도 김 위원장 앞에서는 부동자세로 서서 얘기했다. 그런데 이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에서는 북한의 주요 간부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서서 술잔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느꼈다.”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오른쪽)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동원 데일리한국 편집국장과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은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을 의미하듯 615호실이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혹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지.

“연출을 했다면 아무래도 뭔가 어색한 점이 눈에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 당시 저는 문화부 장관이었다. 업무 상 언론과 관계돼있다 보니, 북한에서는 ‘왜 자신들을 향한 비난 기사를 못 쓰게 막지 못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한국)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민주국가는 언론과 야당이 존재한다. 통제는 불가능 하다’고 했으나. 그들은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4·27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보니, 기자들을 많이 의식하는 모습이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 평화의집 1층에서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다가 김 위원장이 사진기자들에게 고개를 돌린 후 ‘이 정도면 연출이 잘 됐습니까’라고 말할 때 카메라를 의식한다는 점을 느낄수 있었다. 북한의 변화된 언론관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에 수 차례 가 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점이 눈에 잘 안보일 것이다.”

4·27남북정상회담 후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과거 5%에서 48%까지 약 10배 가량 올라갔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단 한차례 회담으로 이미지가 이토록 바뀐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당국의 그간 정직하지 못했던 대북발표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난 잃어버린 남북관계, 그 10년 동안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청년들이 ‘왜 통일을 하나’ ‘우리가 왜 북한을 도와줘야 하나’라는 얘기를 하며, 사실상 악마의 지도자로 설정됐던 김정은 북한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통일이 이뤄지면 우선 민족자긍심이 생기지만, 청년일자리도 창출되고, 인구문제도 해결된다. ‘철의 실크로드’가 실현된다면 대륙으로 연결된다. 젊은 청년들은 최근 자신의 운명이 굉장히 빡빡한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희망을 봤기 때문에 그런 기대(여론조사 결과)가 생긴 것 같다.”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장동규 기자jk31@hankooki.com
지난 1992년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취재차 평양에 갔을 때를 떠올려 보면 평양 시내에는 고층빌딩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었다. 짓다만 105층 높이의 유경호텔이 덩그라니 생뚱맞게 서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등에서 북한관련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상전벽해 같은 변화가 실감난다. 건물뿐 아니라 북한도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청년들에게 그런 변화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약 1조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국가정보원에서 조차 과거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 한 장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때문에 스위스에서 김 위원장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그것도 단체사진으로 대신한 것으로 안다. 또한 그간 정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어제, 오늘 망했거나, 내일 망해야 한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과거보다 경제가 좋아졌다. 비공식적으로 장마당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시장경제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인구 500만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정보가 흐른다. 예전 시골에서 5일장·10일장에 어머니·할머니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장돌뱅이들이 소식을 흘린 것처럼 말이다.”

북한에서 500만명이 휴대폰을 사용한다지만 그것은 주로 당간부나 평양시민들에 국한 된 것은 아닌가

“발전 방향이 우리나라는 서울로 북상해왔고, 북한의 평양도 역시 중국을 의식해서 북쪽으로 발전해왔다. 북한지역도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발전 상황은 좋지 않다. 물론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고, 여러 가지 통제된 사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우선 평양이 그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폭우도 서울에 내려야 보도하지 지방에 폭우가 내리는 것은 잘 보도도 되지 않는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장동규 기자jk31@hankooki.com
최근 JTBC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북한이 운영하는 중국 내 유경식당 북한 종업원들의 집단탈북 사건이 국정원에 의해 기획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탈북 종업원 중 절반 이상이 북한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는가.

“언론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물어보면 ‘이건 민감한 문제니까 구동존이(求同存異)하자’라고 말한다. 대북문제는 선이후난(先易後難), 일단 쉬운 것부터 하고 어려운 것은 남겨두는 것이다. 현재 약 3만명의 탈북자가 국내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중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볼 순 없다. 집단탈북 종업원들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의 정서도 생각해야 하고, 또 북한의 태도변화도 필요하다.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3만명의 탈북자들이 모두 강제북송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보도는 좀 지나친 것 같다.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면 풀린다. 우리 정부도 북한에 집단탈북 종업원 기획 의혹에 대해 아니라고 자극할 필요가 없고, 북한도 굳이 공개적으로 해명을 요구하지 않으니, 남북이 협의해서 향후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요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경우 북한에 대한 미국기업의 진출을 수차례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마샬플랜’ 정도의 경제지원을 염두에 두고 북미대화를 준비한다고 보는가.

“제 생각에는 궁극적으로 그 수준까지 (경제지원이) 가야 한다고 본다. 다만 우선 대동강변에 ‘트럼프 타워’와 '맥도날드 평양점'이 오픈하는 그 정도의 북미간 신뢰가 쌓여야 한다.”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장동규 기자jk31@hankooki.com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했을 경우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저는 비핵화는 높은 수준의 동결(모라토리움), 북미수교 등 신뢰회복, 완전한 비핵화로 3단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북미 수교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당장은 비핵화를 완료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행정부가 최근 언급하는 2020년 비핵화도 결국 북한이 추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단계적 비핵화와 내용은 같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지금 당장 비핵화를 해야만 대화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비핵화 협상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했다면 굳이 무엇으로 대화를 하겠는가. 북한이 무조건 비핵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말과 종이로만 비핵화를 합의해서는 안 된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내각제 합의문을 찢어버리는데 10초도 안 걸렸다. 북미간 비핵화합의도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역지사지로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해야 한다. 북한은 살기 위해 핵을 개발했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 핵을 폐기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점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살 수 있는 상황인 것은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김정은 체제를 보장하는 ‘안전수표’가 될지는 여전히 의문점이 있다. 그건 외부요인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결국 내부요인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에서 주민들간 지구촌 곳곳에 대한 정보가 흐르고 의식이 깬다면 체제 보장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중국과 베트남의 예를 보면 답이 나온다. 아무리 북한이 악독한 통치를 했다고는 하지만, 중국도, 베트남도 얼마나 강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왔는가. 두 나라도 개혁 개방 후 체제를 유지하면서 그 체제에 맞는 발전을 하고 있다. 아마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서 제2의 덩샤오핑(鄧小平)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베트남처럼 체제는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북한 경제가 좋아졌고, 특히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폭발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핵을 보유한 어떤 국가도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하지는 않는데 북한은 미국 본토 공격을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핵의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1만3000km를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 실험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이상 핵실험을 진행한다면 돈만 들어가니 이 정도(기술)에서 유지하자고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더 이상 시간을 주면 핵기술이 더 발전할 것이고, 본토 공격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전 세계 불량국가들로 핵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에 여기서 끝내자고 하는 것일 터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손익개념이 분명해 이익되는 길로 가려하고, 이번엔 그 부분이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제가 '3단계 비핵화론'을 얘기하는 것이다. 핵동결에 이어 북미간 신뢰가 회복되면 체제보장을 하고, 대사관 교환 등 북미 수교에 이어 경제지원이 이뤄지는 그림이다. 북미간 신뢰가 회복되면 북한은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 때 완전한 핵폐기가 이뤄질 것이다. 북한이 얘기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와 미국이 얘기하는 CVID·PVID는 결국 같은 얘기라고 본다. 이번 북미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북미 3국의 최고 정보책임자인 서훈 국정원장·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3인이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다.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이 된 후에도 ‘카운터파트’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그대로 맡는다. 이 세 사람은 협상 테이블에 실현 가능한 주제를 올릴 것으로 본다. 그래서 북미정상회담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미국은 북한의 경제지원 문제를 확실하게 보장해 준 것 같다. 그래서 북한도 핵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간 신회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경제협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줄타기 외교를 하는 인상이 짙다. 앞으로 이 대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전망해본다면.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위원장에 이어 3대 세습을 하면서 줄타기 외교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소련과 중공을,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와 중국을,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를 상대로 영향력 있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의 한 마디가 세계를 들썩이게 한다. 북미회담은 잘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안 되면 김정은 위원장도 답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판문점선언 국회비준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6·15선언도 국회비준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임동원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과정을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이 총재가 거절했다. 6·15선언 후 제가 2000년 8월 한국 언론사 사장 50여분과 함께 방북했을 때 북한에 이회창 총재의 초청을 요구했고, 김정일 위원장이 찬성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것도 거절했다. 그리고 나서는 훗날 정부 여당에 자신들을 소외시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서 저는 이번 4·27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만나서 정상회담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라는 조언을 드린바 있다. 홍 대표는 당시 영수회담에서 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그 스탠스를 유지해야 했다. 그런데 회담 후 ‘평화위장쇼’ ‘김정은이 부르는 대로 받아적은 판문점선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래서야 되겠나. 보수는 미국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정부에서 ‘박근혜 탄핵’에 대해 잘못됐다고 하지는 않는다. 미국 보수 측에서도 전혀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번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조야가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모두 협력하고 있다. 과거 북한의 약속 파기 경우를 경고하지만, 한국당처럼 반대하지는 않는다. 사실 보수정권이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정권보다 업적이 크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공동성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공동기본합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 등을 우선 들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당대표이던 2002년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고 돌아와서는 남북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왜 한반도기를 쓰지 않고 태극기를 쓰냐’고 말하기도 했다. 2014년 한반도 통일시대 준비위원회 1차 세미나에서는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우리나라의 1인당 경제소득이 7만 달러에 이르러 미국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도 남북통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 7~8위 경제대국이 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OECD는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2050년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자신들의 좋은 (대북관계)업적을 계승·발전시키려고 해야 한다. 자신들이 이뤄놓은 업적을 부인하고, 깨려고 하면 안 된다.”

  • 지난 2000년 4월 총선 직후 방미 일정 당시 김대중 대통령앞에서 강연내용을 최종 점검 중인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왼쪽). 사진=박지원 의원 공식홈페이지
북한이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23~25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언론 시찰단 초청 국가에서 일본은 제외했다. 일본 내에서는 ‘일본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북한이 일본을 제외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 방북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측 고위인사들을 만나본 결과 북한은 일본에 대해 감정이 나쁘다고 느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 후 2002년 당시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억류된 일본인 송환을 요구하는 과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북한과 일본이 일제 식민지배 및 전후 보상문제와 관련 상호 재산청구권을 포기하고 경제협력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을 때도 북한이 요구한 금액과 일본이 제시한 금액에 차이가 있었다. 현재 북한이 얘기하는 금액은 당시보다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일본이 최근 비핵화 관련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 하지만 결국 (한반도평화를 위해) 북일관계도 잘 풀려야 한다. 나중엔 잘 풀릴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일정상회담도 브릿지(가교역할)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한 때 판문점도 언급했으나, 6월12일 싱가포르로 결정됐다.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판문점 싱가포르뿐 아니라 몽골 평양 스위스 등 개최 후보지는 꽤 많았다. 우선 평양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호문제에 신경을 쓴 것 같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이면 대형 점보기 여러 대가 운영된다. 관련 인원도 800~1000명은 족히 움직일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서 미국 대통령일행의 그런 웅장한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진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제한돼 있어 미국이나 스위스 등은 당초부터 개최 후보지에서 비껴나 있었다. 처음에는 몽골의 ‘올란바토르’를 유력하다고 생각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기차로도 이동이 가능한 위치다. 그런데 역시 (최종 회담장소 선정은) 미국은 경호문제를 가장 많이 신경 쓴 것 같다. 싱가포르는 정치적 중립국이고, 미국 해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북한 대사관도 있다. 또 최근까지도 서방국가들의 주요회담 장소로 쓰여왔다. 싱가포르를 최종 낙점한 이유일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활발한 남북교류가 이뤄져 장차 남북통일도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는가.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이렇게 평화를 지키다보면 30년 내 통일이 될 것 같다’고 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그래도 50년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만약 김 전 대통령의 말대로 남북교류가 꾸준히 이어져왔다면 지금 시점에서 통일은 12년이 남은 것이고, 김정일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32년이 남은 것이다.”

[대담 : 김동원 데일리한국 편집국장. 정리=김동용 정치사회부 기자, 사진= 장동규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프로필

전남 진도 출생 - 목포 문태고등학교 - 단국대 상학과 - 신민당 민주당 통일국제위원회 부위원장 - 14대 국회의원(전국구/민주당) - 민주당 김대중 대표 특보 -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대변인 -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 제2대 문화관광부 장관 - 대통령비서실 실장 - 18대 국회의원(전남 목포/무소속)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19대 국회의원(전남 목포/민주통합당)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별위원회 위원장 - 20대 국회의원(전남 목포/국민의당) - 국민의당 원내대표 -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 국민의당 당대표 - 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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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5/17 11:36:42 수정시간 : 2018/05/22 23: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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