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기자만 초청 '비판'…美공화당 상원 의원 "현장에 사찰단 필수"

북한이 2008년 6월27일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북한은 이달 12일 밤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의식은 5월23일부터 25일 사이에 일기조건을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류은혜 기자]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기자들만 초청하자 미국 일각에서 '신뢰도'에 대한 회의론이 일었다. 이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은 기술적 검증은 핵실험장 폐기 이후에 뒤따라야 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1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의식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겠다는 '정치적 선의'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국제기구를 초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IAEA와 같은 검증 기관이 북한에 간다면 정확히 역할이 무엇인지,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기술적 정보를 북한으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말한 뒤 "하지만 이번 핵실험장 폐기 행사 기간에 그 일을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번에 중요한 것은 핵실험장의 터널을 폭파해 폐쇄하는 것"이라면서 "핵실험장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나중에 IAEA가 검증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국제기구가 북한과 합의문을 원한다면 사전에 북한이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문서에 담을 것인지를 서로 동의해야 하는데, 아직은 이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정치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 폐기는 단순히 핵실험장의 터널을 폭파하고 빌딩을 폐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작업을 필요로 한다"면서 "핵실험장이 폐쇄되더라도 오랜 시간을 두고 감시하고 기술적으로 검증해야 할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이행하려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어느 지역에서 핵 폐기가 이뤄질 것인지 등을 결정하고, 이때 비핵화 검증을 위해 많은 기술적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풍계리가 북한의 유일한 핵실험장이고, 다른 곳에 건설 중이거나 존재하는 핵실험장은 없다는 것이 비핵화의 정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핵실험장의 폐쇄가 아니라 핵실험장의 해체가 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핵실험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는 동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공화당 소속인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은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기자들만 초청'한데 대해 비판하면서 "검증할 사찰단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드너 의원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예고는 신의의 표시일 수 있지만 만일 예전의 핵실험으로 이미 붕괴해 더는 사용할 수 없는 곳이라면 이번 폐기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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