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비핵화'…北 핵실험 중지 선언에 미북 정상회담 탄력

'종전선언→평화협정→평화체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길잡이

남북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온 27일 오후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을 전 세계에 알릴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에가 준비를 마치고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2일 앞으로 다가온 '2018 남북정상회담'이 65년간 이어져온 '휴전 마침표'의 마중물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궁극의 남북평화 시나리오로 주목받고 있는 미북 간 비핵화 합의→종전선언→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남북평화 공동노력 합의 여부가 필수라는 평가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남북 간의 합의만으로는 남북관계를 풀 수 없고,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행돼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반드시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까지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 어느 것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통화에서도 아베 총리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묻자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그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아베 총리와도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정부의 남북평화분위기 조성노력에 협조하면서 동시에 북미대화 중재를 요청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북한에게 한국은 북미 직접대화를 위해 거쳐야 할 주요 관문 중 하나인 셈이다.

이처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보여준 북한의 태도변화는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불러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했고, 인상적인 올림픽으로 만들었다"며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대단한 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남북 종전)합의가 도출된다는 전제하에 나는 당연히 남북한의 협상을 축복할 것"이라며 "종전 논의에 대해서도 축복한다"고 말했다.

이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이 '종전'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어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핵실험·ICBM 중지·핵실험장 폐쇄 및 경제건설 총력 선언을 포함한 내용의 결정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에 청와대는 21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맞이한 해빙기는 남북의 순수한 평화 의지만으로 형성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우선 재선과 탄핵의 가늠자가 될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과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전례 없는 강력한 대북제재에 체제유지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의견이다.

물론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꾸준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창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도 북한의 태도변화를 앞당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불과 약 2개월 만에 한반도 정세지형이 급격하게 변화하자,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한반도의 평화를 불러올 '종전선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ICBM 중지·핵실험장 폐쇄 및 경제건설 총력 선언을 포함한 내용의 결정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전쟁 당사자국 논란…종전 합의 참여국은?

다만 남북이 평화체제·종전을 추진한다 해도 양자합의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

일단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국은 한국과 북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양국이 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국이라는데 이견은 없지만, 평화체제나 종전 선언은 최소 남·북·미 3자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중국을 포함한 4자 합의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남북이 당사국이 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장하는 방식의 종전협정 체결이다. 미국과 중국은 정전협정에 참여했던 당사자국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의견의 배경은 우선 1953년 7월 이뤄진 정전협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로 정전 협정에 불참했으며, 전쟁의 실질적 당사자임에도 정전협정문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이 유엔(국제연합)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전 협정의 서명 일방은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해도 한국을 정전협정의 실질적인 당사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군이 유엔군사령부 휘하에서 '더글라스 맥아더' 미 육군 원수의 지휘를 받고 전쟁을 치르면서 유엔군 중 최대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남북 평화체제나 종전 선언의 다자 합의는 한국의 정전 당사자국 지위 여부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과거 정전협정 참여와 양국의 동북아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종전선언 가능할까…美만족할 北비핵화 의지 ‘관건’

남북의 종전선언 추진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1991년 5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거론됐지만, 북한의 비핵화 불이행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27정상회담 이후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주목받는 이유도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북미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러한 북한이 최근의 극심한 경제난 해결과 안정적인 체제유지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에게 꺼낼 수 있는 최고의 협상카드는 '비핵화'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5일 파견된 정부의 특별사절단 방북 일정 중 김정은 위원장의 "예년 수준 한미연합군사훈련 진행을 이해한다"는 의견도 북미 직접대화 성사의 모멘텀을 높이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이 북한의 요구와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으로 '완전한 핵폐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의중을 알고 있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 ‘부분적 핵폐기’ 카드를 쥐고 나설 가능성도 적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미·일 정상회담 공식 기자회견에서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회담장을 나오겠다"고 발언했다.

다만 그는 반대의 경우엔 "모든 가능한 일을 다 할 것"이라고도 했다. 조건만 충족된다면 가능한 북한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 북미정상회담의 '비핵화' 협상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 가운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종전선언이 아닌 종전과 평화협정 공동추진을 위한 양측의 선언·합의문 발표까지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종전선언은 정전협정 당사자국들의 합의가 필요한데다, 미북정상회담에서 결론이 날 '비핵화' 협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로 평가받는 이유다.

남북이 종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합의 할 경우 미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를 조건으로 본격적인 종선선언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합의를 통해 종전합의가 이뤄지면 평화협정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가능해진다.

여기서 종전선언은 남북간 전쟁을 끝낸다는 정치적 의미가 강하다. 평화협정은 국회 비준 동의 등이 필요한 법적 구속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지난 23일 국회인권포럼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할 경우 당연히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참고로 정전과 휴전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현재 북한은 '정전' 표현만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교전 당사국들이 정치적 합의가 불가능할 때 국제적 기관이 개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휴전은 적대관계에 있는 양측의 합의 하에 전쟁을 중단하는 의미다.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에 펄럭이는 인공기가 태극기와 무척 가까워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한편 남북이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해 합의·발표한 공동성명은 1972년 7월4일 박정희 정부 당시 이뤄진 7·4남북공동성명이다.

남북은 이 선언을 통해 △통일은 외세의 의존·간섭없이 자주적으로 해결 △통일은 무력행사에 의거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 △사상과 이념·제도 차이를 초월해 민족적 대단결 도모 등의 원칙에 합의했다.

7·4남북공동성명은 이후 197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6·23선언으로 이어진다. 이 선언에는 △평화적 통일을 위한 모든 노력을 계속 경주 △북한의 국제기구 참여 허용 △모든 국가들에게 문호 개방 등을 포함한 내용이 담겼다.

1988년 출범한 노태우 정부의 7·7선언도 역대 정부의 주요 대북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발표됐다.

주요내용으로는 △남북 동포 간 상호 교류 및 해외 동포의 자유로운 왕래를 위한 문호 개방 △이산가족 문제 적극 해결 △남북 간 교역 개방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우방국의 대북 교역 수용 △남북 간 대결 외교 지양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지원 △남북의 우방과의 과계개선·한국과 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개선 등이 담겼다.

대표적인 대북 포용정책은 1998년 출범한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무력도발 불허 △한국의 흡수통일 지양 △남북화해와 협력 추진 등 3원칙이 핵심이다.

이를 기반으로 김대중정부는 2000년 6월13일~15일까지 분단 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자주적 통일 △한국의 연합제안과 북한의 연방제안의 공통점 인정 △이산가족 및 비전향 장기수 문제 인도적 해결 △경제발전 협력 및 그 외 분야 교류 등의 내용이 포함된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대중정부에 이어 2003년 출범한 노무현정부도 햇볕정책을 토대로 한 대북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노무현정부는 2007년 10월2~4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 공동선언 구현 △상호존중 및 신뢰관계로 전환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보장 협력 △6자회담 및 기존 성명·합의 이행 노력 △경제협력사업 활성화 △사회문화 분야 교류협력 △인도주의 협력사업 추진 △남북 총리·정상회담 수시 개최 등 8개 조항이 담긴 '10·4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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