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로비' 발언, 거두어 들였는데도 말꼬리 물고 늘어져…도의에 어긋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청와대가 조선일보의 보도에 각을 세웠다.

청와대는 9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 시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예산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을 ‘KIEP의 실패한 로비’라고 쓴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기사 쓸 게 없구나”라며 불쾌한 기색을 나타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실패한 로비’라고 한 표현은 부적절했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최소한 대변인이 배경 브리핑에서 자유스럽게 좀 거친 표현을 쓴 것을 물고 늘어지면서 기사를 쓰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변인은 지난 7일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 3000여만 원으로 9박10일간 미국·유럽 출장을 간 경위를 설명하면서 ‘실패한 로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8일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조선일보가 이날 조간 1면을 통해 <“실패한 로비”라며 靑, 김기식 감싸기>라는 제목으로 김 대변인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하자, 김 대변인은 이날 이같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이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아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으로 실명 보도해달라는 요청도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통상 언론들은 공식 브리핑이 아닌 이상 대변인의 발언을 실명으로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 같은 요청과 함께 한미연구소 예산 지원 중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의 감사원 소속 부인이 지난해 3월 한미연구소로 국비 연수를 다녀왔고, 이 과정에서 홍 행정관이 구 소장과 통화했다는 보도를 한 조선일보의 기사 쓰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1월에 이미 있었던 일로, 정권 출범 전이고 선거도 있기도 전인 1월에 행정고시 출신 부인이 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정당하게 국가비용으로 연수를 간 것”이라면서 “이 신문은(조선일보는) “토요일자를 베기끼식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홍 씨를 잘 아는지 모르겠는데 홍 씨가 대통령의 복심이라도 됐으면 정말 큰일났겠다 싶다”면서 “기사 구성이나 내용을 보면 행정관에 불구한 홍 씨가 조윤제 주미대사도 움직이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움직이고 KIEP 원장도 움직이고 다 움직인 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한미연구소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연구소가 그간 뭘 했는지 나와 있는데, 이런 기초적인 것을 빠뜨리고 기사 쓰는 방식에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한겨레신문에서 30여년 간 논설위원과 선임기자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