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론' 與…박영선·우상호, 7년전 안철수 양보로 당선된 박원순에 '양보론' 공세

'野 지지율' 지리멸렬…전문가 "여야 지지율의 불균형 해소 위해 野 무너짐도 필요"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도전에 나선 민주당 박영선 의원(오른쪽부터)과 박원순 서울시장과 우상호 의원이 2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광역단체장 면접에서 면접관 앞에 함께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열기가 ‘여당의 주도 속 야당의 도전’ 구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한민국 수도의 수장을 뽑는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경기도 등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선거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방선거의 백미’로 꼽힌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원순·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간의 경선 경쟁을 통해 본선 후보가 최종 선출될 예정이다.

야당에선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양보론’ 스토리를 갖고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도전장을 내민다.

미비한 수준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제외한다면 일단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후보들간의 3파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3개 정당 후보들이 서울시장 초반 선거레이스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야권 연대에 따른 양자구도 가능성도 열려 있다.

60~70%의 독보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견제하겠다는 발상이 야권 연대 구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는 여야 후보들 모두 박원순 현 시장을 겨냥한 ‘양보론’ 프레임을 중심에 두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안철수 양보론’을 언급하면서 박 시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시장이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에도 불구, 전격적으로 후보를 양보했던 안철수 위원장과 이번에 재대결을 펼칠 경우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전자 격인 안 위원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정치생명을 건 모양새다.

그는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자숙보다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오히려 정치 전면에 나섰다.

올해 초에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의당을 보수에 뿌리를 둔 바른정당과 합당시키면서 본인의 정치생명을 담보로 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안 위원장으로선 한때 정치적 동지로 의기투합했던 박 시장과 정치생명을 걸고 결투를 벌이는 극적 상황을 만들어냈다.

결국 ‘양보론’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이 박영선·우상호·안철수 세 사람을 묶는, 당적을 초월한 하나의 연결고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미 안 위원장과 정치적 절연에 가깝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안 위원장이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잘못된 정책이 부른 예산낭비 사례’라며 직격탄을 날리자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아름다운 양보는 내게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순간이었지만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 놓는가 절망감이 들고 안타깝다”며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선 안철수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민주당의 좋은 후보와 경쟁·협력하고 있다”면서 “누가 시민의 삶과 서울의 미래를 잘 이끌어갈지 결국 시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양보’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박원순 vs 안철수'의 신경전은 민주당 경선에서도 ‘양보론’ 프레임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박 시장이 ‘양보론’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경선 투표권을 가진 당원들의 전략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들로 거론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좌측) 전 경기도지사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자료
하지만 안철수 위원장 역시 박 시장과의 ‘양보론’ 프레임과는 별도로 이번 선거 구도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보 후보 1명에, 보수 후보 2명이 나서는 형국에서 ‘보수표 분열’ 현상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바른미래당의 속내를 들여다봐야 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안 위원장은 사실상 ‘따 놓은 당상’이었던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와는 달리 현재는 그 가능성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선당후사를 생각해본다면 ‘한국당을 넘어서는 바른미래당’의 미래, 즉 2위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제1야당 한국당에는 ‘양보론’ 같은 스토리는 고사하고 위기감만 가득하다.

한국당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김문수 전 지사 카드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김 전 지사가 ‘고르고 고른’ 옥동자가 아닌 ‘억지 초대받은’ 사생아와 닮은 꼴이 아니냐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홍정욱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의 전략 공천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이들 모두 출마를 고사했다.

이후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에게 러브콜을 했으나 이들 역시 숙고 끝에 불출마를 결정했다.

결국 마지막 카드로 급히 꺼내든 것이 20대 총선전까지 5전 5승의 ‘선거불패’로 이름을 날린 김문수 전 지사다.

김 전 지사는 경기 부천 소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경기지사 재선을 거치는 등 지역적인 면에서는 ‘경기도 인물’이라는 색채가 뚜렷하다.

특히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김부겸 의원에게 패한 것은 이 같은 지역적 한계를 뚜렷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태극기집회에 줄곧 참가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극우’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 역시 김 전 지사가 서울에 지역적 기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적 한계와 함께 상대적 약체로 분류되는 이유로 꼽힌다.

즉 이른바 ‘친박 정서’로는 더 이상 선거 승리를 가져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갇혀 오는 6일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선 지지율 침체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야당의 김문수·안철수 후보 모두 여당의 ‘필승론’을 결국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여당에는 승리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경선 승리=서울시장 차지’라는 공식이 여당 후보들뿐만 아니라 여론으로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풀이해보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선거연대 또는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다.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야권 연대'는 야당이 선거전략 면에서 강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위기 타개책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야권 연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제1야당은 힘이 모자라면 야권 연대로 대오를 추스르는 일도 해야 한다”고 언급,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안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야권 연대 생각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당별 유력 후보들을 분석해보면 크게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후보간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야당이 여당의 ‘필승론’을 넘어서지 못할 경우 선거 막판 야권 연대 여부에 따라 양자 구도가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유력해 보인다.

일각에선 야당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대적으로 무너지고 다시 재건되는,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현재 야당 지지율이 낮고 민주당 지지율이 독주를 하는 것은 민주당이 특별히 잘해서 그런 건 아니다”라면서 “야당들이 워낙 지리멸렬 하니 마음에 안 들어도 차마 지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정치평론가는 이어 “여야 (지지율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야당들이 6월 지방선거에서 한 번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도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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