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오전 9시45분~오후 1시10분 조사서 '차명재산 의혹' 대부분 부인

오후에는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조사…15일 새벽까지 릴레이 조사 전망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20여개 안팎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14일 오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다스 등 차명재산' 의혹에 대해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공방을 벌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45분~오후 1시10분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의혹은 본인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50분간 점심 및 휴식을 취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부터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에 관해 수사한 특수2부의 송경호 부장검사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1001호에 마련된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15일 새벽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많은 120여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 과정은 이 전 대통령의 동의에 따라 영상으로 녹화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앞서 이날 오전 9시10분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헌정 사상 5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 포토라인에서 600여명의 내외신 취재기자들 앞에서 검찰 조사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준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께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말을 아껴야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면서 "다만 바라건데,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100억원대 뇌물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이냐' '측근들이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데 책임감을 느끼느냐' '다스는 누구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이 전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지난 1월17일 이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이게 제 입장"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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