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7~9일 미국 하와이서 10차 협정 1차 고위급 회담 개시 예정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100% 부담은 왜 안 되나?”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드러냈다. 그는 한국의 분담 비율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스스로 자기 나라를 지키게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암시하는 발언도 했다.

이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SMA) 협의가 오는 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미 양국은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관련 1차 고위급회의를 개최한다. 지난 9차 협상이 7개월여 걸렸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협의도 ‘장기전’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협의에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 온 외교부 장원삼 주(駐)스리랑카 대사를 수석대표로 보낸다. 양국 외교·국방 부처가 중심이 될 이번 협의는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수년간의 한미 상호방위 체제를 결정짓는다. 앞서 체결된 9차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올해가 마지막 해다.

현행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크게 △주한미군 고용 근로자의 인건비 △주한미군 군사시설 개선 △군수지원 등의 명목으로 구성됐다. 다만 이번 10차 협정에서는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자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비용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우측)과 지난해 한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청와대

◇ 한미 ‘엇박자’ 논란 속 협의…‘한미 동맹 시험대’ 평가

그간 방위비 분담 논의는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동맹 차원에서 평가돼왔다. 이번 10차 협의도 그 결과는 물론이고 진행 과정부터 문재인-트럼프 정부 한미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북정책·통상문제로 양국간 엇박자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협의는 한미 동맹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번 10차 협의에 대해 동맹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 달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의에 대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닌 한미동맹을 어떻게 유지·발전시키고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가느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이 요구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수준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가 증액을 원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10억달러 체계”라고 직접 언급했던 사드 배치 비용까지 본격 청구할 경우 증액 수준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차 협정에 따른 올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책정액은 1조원에 육박하는 9602억원이다. 지난 1991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 1항에 대한 ‘예외조치’로서 시작된 방위비 분담금이 이번 협상에서 재차 인상될 경우 1조원을 돌파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측)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상징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모습. 사진=청와대

◇ 문재인 정부,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의 ‘투명성’ 지킬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의는 외교가에서도 복잡한 협상으로 불린다. 특히 국내에서는 ‘논쟁적’ 이슈일수 밖에 없다. 특히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적정 비율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현금지원·불용액 이자 수취 논란 등이 불거진 바 있다.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 근로자의 근로 조건 개선 문제도 방위비 분담금 협의에서 다뤄지는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외교 분야에서의 ‘투명성 확보’를 강조해 온 만큼 이를 어떻게 관철시킬지도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9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서 ‘예외적 현금지원’을 국회 비준과정에서 누락시켰다는 논란에 대해 일부 책임을 인정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이번 협의를 투명성 있게 진행해 ‘외교 적폐’를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협의 관련 “문 대통령이 투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며 “협의 과정에서 국회·언론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황수영 팀장은 5일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매년 1조원 가량의 세금을 지출하고 있다”며 “이번 협의에선 지난 9차에서 합의됐던 타당성 평가나 제도개선 사항에 대한 전반적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이어 “특히 최근 문제가 됐던 미군의 기지 이전 비용 불법 전용이나 미집행액 축적 부분은 방지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협의 과정부터 국회 비준까지 과정을 모두 모니터링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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