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및 7~9월, 美·北 ‘민감한 일정’ 줄줄이…한반도 정세 감안한 대화 모멘텀 이어가야

김대중·노무현 정부서 '대북접촉 경험' 풍부한 조명균·서훈, 김정은 ‘비핵화’ 설득 유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뒤 읽고 있다. 우측부터 문 대통령,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대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얼음장 같았던 남북관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격히 해빙되고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이 ‘방북 요청’이라는 예상보다 큰 선물을 주고 귀환하면서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물들고 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만들어질 남북 간의 화합·평화의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하는데 가장 큰 초점을 맞췄다. 지난 9년여 동안 끊겼던 남북대화 채널이 급격하게 진전될 것이라곤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하더라도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조성된 군사적 긴장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일이다.

물론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해서 덥썩 물어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속내를 다 들어 낸 것이 ‘정상회담’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는 사실은 이미 한반도 주변국가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문 대통령의 ‘메신저 외교’가 시작될 타이밍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한반도 운전자론’에 기반 한다.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대화와 압박의 병행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북·미대화가 멈춘 상황에서 남·북대화만 가속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신저 외교’가 필요한 이유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로 평창올림픽에서 실패한 북·미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화 문제’에 대한 설득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특사 카드’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특사 파견 시기로 ‘평창올림픽(2월9~25일) 폐막 이후 패럴림픽(3월9~18일) 개막 이전’이 언급되고 있다. 또 특사 유력 인물들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거론된다.

대북특사 파견, ‘평창올림픽 이후 패럴림픽 폐막 이전’이 적기

전문가들이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 패럴림픽 개막 이전’, 즉 2월말이나 3월초가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한반도 정세를 감안한 것이다. 4월에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15일)과 조선인민혁명군창건일(25일)이 있다. 즉 이 시기까지 가면 남북대화의 모멘텀이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7~9월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한 축인 미국에서도 민감한 일정이 이어진다.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4일)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 전략군 창설기념일(7월3일), 한·미 을지프리엄가디언(8월 중),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9월9일)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결론적으로 3월 이전이나 초에 대북 특사 파견을 마무리 지어야 연내 남북정상회담 및 적어도 남북관계 해빙 무드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분위기를 이어가는 용도라면 평창올림픽 이후 패럴림픽이 시작되는 시기에 특사를 파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3월초가 전반적인 분위기상으로는 적기”라고 밝혔다.

차 위원은 이어 “화해·협력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분위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양측의 조치들이 교환돼야 한다”면서 “양국 간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특사가 파견되는 경우엔 아무래도 특사 파견 시기를 패럴림픽 이후인 5월 달로 잡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경험 많은 ‘조명균·서훈’ 주목

국가 간 외교 협상에서 특사는 상호 간 관계가 고착돼 있고, 경색돼 있을 때 돌파구를 열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다. 그간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권, 그리고 한반도 주변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가 최우선의 목적이자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북핵문제 해결과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해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가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인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된 의미 있는 결단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이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조 장관과 서 원장은 진보정권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숱한 공식·비공식 대북접촉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엔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과 국정원 3차장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 실무를 담당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조 장관과 서 원장을 북측 대표단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라면서 “제가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제가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조 장관과 서 원장은 과거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미 만난 적도 있다”면서 “기존에 북쪽과 대화를 하며 계속 교감을 해온 두 사람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교수는 이어 “북한 지도자의 대화나 설득이 가장 풍부한 사람이 조 장관과 서 원장”이라면서 “이 두 사람이 가장 유력한 특사 카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