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부통령, 평창올림픽 사전 리셉션에 지각했음에도 ‘5분 만에’ 퇴장

청와대 “펜스, 일정 협의 과정서부터 불참 의사…테이블 좌석 마련 안 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뒤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지각’했다가 ‘일찍’ 자리를 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평창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영접행사를 갖고 각국 정상들과 일일이 인사를 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리셉션에는 한정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주요 외빈이 참석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고, 두 사람을 기다리느라 행사가 10여분 늦어졌음에도 이들은 리셉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이에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마치고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와 포토세션을 갖고 함께 입장했다.

그러나 지각한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리셉션장 입장 5분 만에 다시 퇴장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날 리셉션장에 아예 입장할 계획이 아니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고 권해 리셉션장에 잠깐 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리셉션장 테이블 좌석도 준비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권유에 리셉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악수를 나눴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과는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의 이 같은 ‘지각·일찍’ 행보는 의도적으로 ‘북미 조우’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대한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펜스 부통령은 이번 방한 전에 북한 측 인사들과 동선도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번 평창올림픽에 앞서 준비한 ‘남북 해빙 무드로 조성된 남북대화에 이은 북미대화’ 구상과 어긋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한 후에는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2017년 석방된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천안함을 찾고, 탈북자들과의 면담도 진행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은 자국 시민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며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데 열중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전 들른 일본에서는 “북한의 체제 선전이 올림픽을 강탈(Hijack)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대북 강경 기조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의 리셉션장 불참에 대해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고 펜스 부통령 일정 협의 과정에서부터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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