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턴기자 '참관기'…"기대했는데 아쉬워, 청춘과 진정한 대화 나누길"

합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라는 제목으로 청년들과의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허단비 인턴기자] "자, 이어서 유승민 대표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유승민! 안철수! 안철수!"

콘서트장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이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입장하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긋한 나이의 국회의원들이 즐비한 국회에서 보기 드문 젊은 혈기가 토크콘서트장을 가득 채웠다. 시작 전부터 청년들의 함성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 1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청년 토크콘서트는 전날 두 대표의 통합선언 이후 첫 공동행보여서 안팎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된 행사였다.

"청년이 미래다"라는 주제의 토크콘서트를 첫 공동행사로 택한 것은 언론의 이목을 끌기에 더할 나위 없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두 대표가 국민의당의 초록색, 바른정당의 하늘색 목도리를 서로 감아줄 때 카메라 플래시는 그야말로 절정을 이뤘다.

콘서트 진행방식은 청년과 나눌 대담 주제가 적힌 대형 주사위를 굴려 각 대표가 주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청년 1인의 질문을 받아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사전에 공개된 타임라인은 1개 주제별 10분으로 양당대표 발언 6분과 질의응답 4분이 할당됐다.

하지만 청년일자리, 최저임금, 교육개혁 등 굵직한 사안들이 나오자 두 대표의 발언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고 여기에서부터 아쉬운 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합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라는 제목으로 청년들과의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서로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화'는 '마주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를 의미한다. 무대에 두 대표가 앉아 있고, 무대 정가운데 앞줄에 청년들이 마주 앉으면서 대화의 '그림'은 갖추어진듯 보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황에는 미치지 못했다.

두 대표의 발언 후 청년들이 몇 줄짜리 질문을 던지면 대표들의 답변이 이어지는 형식이어서 다시 청년에게 발언권이 넘어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화'보다는 두 대표의 특강에 참석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청년들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에 두 대표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소통할지 궁금했던 또 다른 청년 인턴기자의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었다.

몇개의 질문이 같은 형식으로 이어지자 비효율적이라 느낀 유 대표가 '이럴 것이 아니라 주제를 뽑고 바로 청년들의 질문을 받는 식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조금은 속도를 내는 분위기가 잠시 연출됐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주제에도 두 대표는 '기승전 문재인'식 답변을 이어갔다. 또 다시 대화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이날 유 대표는 작정이라도 한 듯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유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입에 올리기도 싫지만 아무 희망도 비전도 없는 자유한국당"이라고 쏘아붙였다.

유 대표는 "정부가 시대와 거꾸로 가는 것은 운동권들의 뇌에 이상한 생각만 가득하기 때문"이라면서 "전대협 출신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 가득하다. 30~40년전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대통령과 총리가 전체주의적 독단적 생각만 가득하다"면서 '기승전 문재인'식 정부 비판을 쉼없이 이어갔다.

물론 콘서트에 참석한 청년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청년당원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통합신당을 창당해 청년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두 대표였다.

안철수·유승민 대표는 두 정당에 소속된 기존의 청년당원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아쉬움이나 무력감을 가진 청년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은 과욕이었을까.

이번 토크콘서트는 한마디로 '청년으로 시작해 문재인으로 끝난 두 대표의 이구동성 강연'이라 총평할 수 있을듯 싶다.

기대감을 가지고 참석한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안철수 대표가 청춘콘서트로 대중적 인기를 한껏 누렸던 그 '안풍'의 시절을 기억하는 청년으로서, 그리고 국민의당도 바른정당도, 그리고 통합반대파도 아닌 그저 정치가 잘 굴러갔으면 바라는 한 명의 청년으로서.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두 대표가 가진 '청춘에 대한 관심과 기대'다.

안 대표가 정치권에 들어오며 '청춘 멘토' 기능을 내려놓으며 일선에서는 멀어졌지만, 두 대표가 청년에 대해 강한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정치인 역시 청춘 멘토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새로 생겼다.

두 대표가 다음 토크콘서트에선 청춘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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