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차관보급 영접·외교부장의 무례한 스킨십·기자 폭행’ 논란 살펴보니…

여야, 文대통령 방중 성과 놓고 신경전…對中 전문가는 中 협상술 경계 “한 목소리내야”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취임 후 첫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 일정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와 비핵화 원칙을 주요 골자로 하는 한반도 4대 원칙은 이번 방중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양 정상은 또 그간 움츠려들었던 경제와 미래 산업에 대한 교류협력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경색됐던 양국 간의 경제협력 재개를 위해 대기업 총수 등이 대거 포함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동행시켰다.

방중에 참여한 기업들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 260여 개사에 달한다. 여기에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면 더 많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양 정상은 특히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정치나 안보, 정당 문제 등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일그러져 있던 한·중관계가 다시 복원될 물꼬가 터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한국 정부로선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앞두고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바로 문 대통령의 방중 이유이자 목적이기도 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때문이었다.

사드 문제 해결을 놓고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시진핑 주석의 '결론이 없는 명확하지 않은' 발언 때문이다.

시 주석은 14일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재천명한다”면서 “한국이 타당하게 처리하길 바란다”는 해석하기 나름이라할 수 있는 언급을 했다.

중국의 입장을 정리하면 한 마디로 ‘사드 배치를 철수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사드 배치 철수가 어려운 것은 한국의 분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분명하지 않는 시 주석의 발언은 사드 갈등이 봉합됐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 교류협력의 단초가 됐다는 사드 봉합에 대한 평가가 “마무리 됐다”는 측과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 국빈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놓고도 정치권과 여론, 언론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정치권 내에서는 청와대와 여야의 시각이 또 천양지차(天壤之差)다.

특히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과정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홀대론’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시절 겪었던 ‘호남 홀대론’에 이은 ‘중국 홀대론’은 과연 사실일까.

홀대론의 중심에 선 ‘혼밥·차관보급 영접·외교부장의 무례한 스킨십·기자 폭행’ 논란 살펴보니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홀대론’의 중심에는 혼자 외식한다는 의미의 이른바 ‘혼밥’ 논란이 있다. 한 마디로 시 주석의 공식 초청을 받은 국빈이 왜 중국 고위 관계자들과 어울리지 못하느냐는 비판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 일정에서 식사를 한 10끼 가운데 중국 지도부와 함께 한 식사 자리는 2끼(14일 시진핑 국가 주석·16일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에 불과하다.

특히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에는 베이징 서민 식당에서의 조찬 식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듯 싶다. 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더불어 노영민 주중대사 내외와 함께 중국의 서민들이 즐겨 찾는다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동네 식당에서 혼밥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가 사전에 철저히 기획한 일정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께서 서민식당에서 식사한 것은 사실 사전에 철저히 기획한 것”이라면서 “중국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인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한 외교일정이라고 생각해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원색적으로 비판한 이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현지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호응이 가장 좋았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18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방중 이튿날인 14일 노영민 주중대사와 찾았던 용허센장이라는 이 식당은 문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에 '문재인 대통령 세트'란 신메뉴를 출시했다. 사진=배달앱 어러마 캡처

실제 문 대통령 내외가 식사했던 용허센장(永和鮮漿)이라는 식당은 문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에 ‘문재인 대통령 세트’란 신메뉴를 출시했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문 대통령 세트를 먹는 인증샷과 후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은 과거 사례에 비춰 봐도 논란이 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 2013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3박4일 일정의 국빈 방중을 했으나, 중국 고위 인사들과 만나 식사를 한 적은 3차례(시진핑·리커창·자오정융)에 불과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혼밥 논란에 대해 “양국 사이에서 밥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자들의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이 관계자는 “혼밥 얘기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중국이 국빈만찬 메뉴판에 태극 문양을 준비했다”면서 “외교부 직원이 이 정도까지 중국이 배려를 했다고 굉장히 자랑스럽게 얘기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공항 영접이 격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 방문한 당일인 13일 시 주석은 베이징을 비웠다. 대신 영접에는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나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차관보급에 해당된다.

그러나 시 주석이 당일 베이징을 비운 배경에는 ‘남경대학살’ 80주년 추모식이 있었다. 남경대학살은 중국의 국가적 제사로 외교적 결례는 아니라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국가원수 방문 때 부부장 조리가 영접하는 게 중국 외교부 표준 관행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중국 외교부의 표준관행은 부부장조리가 다른 나라 국가원수가 방문했을 때 영접을 가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전임대통령 방문 시에도 수차 그런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남관표 차장은 이어 “더 높은 관료들이 나오는 경우는 양국관계에 상황이나 관계상 뭔가 고려할 부분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왕이 중국외교부장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빈 공식환영식에서 보여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태도도 홀대론 논란에 불을 지폈다.

왕이 부장은 지난 14일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악수를 하며 자신의 가슴 쪽을 두드리자, 문 대통령의 왼팔을 툭 치며 화답했다. 국가수반에게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왕이 부장의 이 같은 행동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습관’으로 보인다는 것이 외교가의 지적이다.

실제 왕이 부장은 지난 7월 독일에서 첫 한중정상회담이 열렸던 당시에도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과정에서 팔을 세게 흔들어 ‘결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왕이 부장은 문 대통령에게만 그런 식의 표현을 한 것은 아니다.

왕이 부장은 지난해 10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공항영접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가 하면, 왼손으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팔을 두드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왕이 부장의 이 같은 습관적 행동에 대해 “친근감 표시로 보여진다. 굳이 결례라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 폭행’ 사건도 홀대론의 예로 언급된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을 근접 취재하던 한국의 사진 기자가 행사장을 이동하던 가운데 이를 제지하던 중국 경호원들과 시비 붙어 구타당한 사건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이를 중국 측이 사전에 ‘기획’한 것이라고 규정짓고, “외교적 참사”라며 문 대통령 홀대론의 결정판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조사가 진행 중인 기자 폭행 사건은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폭행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하지만 행위의 인과가 우선 밝혀져야 한다. 폭행당한 기자의 취재 가이드 라인 준수 여부와 중국 측 경호원 관계자들의 현장 경호 규칙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문대통령 순방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한국 사진기자들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文대통령 방중성과 놓고 신경전
對中 전문가는 “상대국 자중지란은 中 협상술…한목소리내야” 촉구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과에 대해 여당은 무너진 한중관계를 회복하는 주요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반면 야당은 전례 없는 외교참사로 규정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 외교라인 문책을 요구하는 등 대대적으로 혹평했다.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놓고 ‘자중지란(自中之亂·같은 편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박승찬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상대국가의 자중지란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국의 전형적인 협상술”이라며 말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승찬 교수는 “문 대통령은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해 일종의 적진에 가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 결국 중국이 좋아한다. 내부 불협화음이 중국 매체를 통해서 소개가 되고 있고, 중국은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중국이 과거 상대국가와 협상을 할 때 가장 많이 쓴 방법이 여론전과 심리전”이라면서 “이런 여론전·심리전에 말려 들면 안 된다. 중국이 해왔던 대외 외교전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를 내야만 북한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서 “과거 중국이 베트남과의 관계에서 뜻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베트남이 한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며, 우리가 하나 되는 모습을 중국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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