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국무장관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

맥매스터 NSC보좌관 "무력충돌 피할 최고의 기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왼쪽)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오른쪽). 사진=AP/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미국의 외교안보 최고위 라인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같은 날 쏟아져나와 주목된다.

미국의 외교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안보사령탑'으로 꼽히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바로 지금이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투톱이 같은 날 나란히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두 사람은 이날 '미국의 정책은 김정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 기조연설 후 문답에서 무조건적으로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미사일)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행정부에서 외교수장이 공개적으로 이처럼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냥 만나자. 당신(북한)이 원한다면 우리는 날씨 얘기를 할 수 있다. 사각 테이블인지, 둥근 테이블인지에 흥미를 갖는다면, 그것에 관해 얘기할 수도 있다"며 "그리고나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갈지를 다룰 로드맵을 펼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김정은은 아버지, 할아버지와는 확실히 다르다. 우리는 김정은과 대화하는 것이 어떠한 것일지 모른다"면서 "나는 상대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북한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면서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외교적 노력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가 수차례 밝혀온 "우리는 (북한) 정권 교체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결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비슷한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영국의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 주최 행사에 참석한 맥매스터 보좌관은 '미국의 정책은 김정은 정권 교체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면서 "바로 지금이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모든 나라가 유엔결의를 넘어서는 일을 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외신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미 행정부의 정책은 김정은의 축출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핵·미사일 문제는 '북·미'만이 아니라 '북·전세계'의 문제라면서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핵·미사일 문제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라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라면서 "(현재) 이것은 북한과 전 세계 사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중국 국가주석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미·중 양쪽의 공동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