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겨 출전권 확보했지만 현재까지 사용 의사 안 밝혀

북한 참가 이끌기 위한 와일드카드·번외경기 개최도 거론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평창올림픽에 참여해 스포츠의 힘으로 정치·문화·역사적 차이를 극복합시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로슬라프 라이착 유엔(UN) 총회 의장은 직접 평창올림픽 참가를 독려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드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은 이날 미국 뉴욕 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제출한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 기간인 내년 2월2일부터 3월25일까지 52일간 전쟁을 멈추자는 내용을 담았다.

유엔을 통한 올림픽 휴전 결의는 1993년 이래 굳어진 일종의 관례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은 올림픽이 분단국 한반도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더욱 큰 기대를 받는 분위기다. 결의안에 참여한 국가수만 해도 미·중·일·러 등 157개국으로,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 2014년 북한 선수단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한 모습. 자료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문재인정부, 평창올림픽으로 한반도평화 실현 구상

무엇보다 기대를 높인 것은 문재인정부의 평화올림픽 개최 의지다.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북한의 참가를 기대한다"며 출전 러브콜을 보내왔다. 단순히 올림픽 기간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수준을 넘어 대치 중인 남북이 화해를 시도하는 평화올림픽을 구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가치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할 만큼 적극적이다.

통일부도 14일 입장문을 발표해 "북한의 조속한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을 촉구했다.

정부는 올림픽 기간이 설 연휴와 겹치는 점에 착안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거나 휴전결의안 정신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화채널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을 통한 스포츠교류는 남북관계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2018년 평창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연달아 개최되는 만큼 동북아 평화 촉진의 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참석한 북한 고위 인사들. 자료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북한 출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文 "비관도 낙관도 안해"

문제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출전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9월 피겨스케이팅 페어부문에서 이례적으로 출전권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음에도 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11월 현재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할 여지는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의 남북 단일팀 구성 제안에 "정치가 우선되기 전에 체육으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던 장웅 북한 IOC위원은 이후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또한 이번 올림픽 휴전결의안에 북한이 동의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에 북한의 결단을 위해 피겨 외 다른 종목에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주거나 번외경기를 열자는 제안도 나왔다.

북한은 앞서 토리노올림픽과 벤쿠버동계올림픽에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통해 참가한 전례가 있다. IOC도 북한의 참가를 위해선 모든 비용을 지불하겠다며 적극적이어서 추가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결국 북한의 출전 결정은 평창올림픽 개최 직전까지 두고봐야 할 전망이다. 북한이 출전권을 확보한 피겨종목의 출전권 재배정이 이뤄지는 12월말, 선수등록이 끝나는 1월까지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 사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의 변화도 관건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북한의 출전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북한은 늘 마지막 순간에 결정하고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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