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체제 캐스팅보트 지위 격상 '희망' 속 안철수 책임론 증폭 '먹구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9명이 6일 집단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을 공식 선언했다. 바른정당의 몰락으로 국민의당의 지위는 한결 상승할 전망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밀어붙였던 안철수 대표를 겨냥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몸집이 커질 한국당과 맞서야하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국민의당과의 협치는 더욱 절실해졌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의 의지대로 바른정당 자강파와 연대·통합을 강화할수록 민주당은 국민의당 눈치를 더욱 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안철수 대표는 이날 또다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강조했다.

독일·이스라엘 방문차 출국 중인 안철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 선언은 "명분 없는 일"이라면서 "탈당과 관계없이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는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안철수 대표 책임론이 쏟아져 나왔다. 바른정당의 분열이 이미 예고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연대를 추진한 탓에 국민의당의 입지만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바른정당과) 통합·연합·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이 어떻게 되겠느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호남 중진인 유성엽 의원도 이날 오전 국민의당 지역위원장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 "최근 당의 행보와 장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유 의원은 지난 3일 '최순실 재산환수법에 국민의당이 소극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안민석 의원을 고발하기로 한 것과 관련 "안민석 의원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사과한 이상 그를 고발까지 하는 것은 적폐 청산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또 "저는 안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 몇몇 의원들과 함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당대회 직후 제 방을 방문한 안 대표에게 '대선 패배 후 당 대표에 출마한 것도 비정상이지만 비정상적으로 출마했는데도 당선된 것은 당이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느냐가 매우 중요한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의원은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대선에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다. 반성하고 자숙해야 정상인데 같이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서나 얻을 게 뭐가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특히 다른 정책들은 몰라도 적폐 청산은 당연히 철저하게 하라고 하는 것이 맞다"며 안 대표가 적폐청산에 비판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냈다.

유 의원은 "어설프게 국정감사 와중에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분열을 앞두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론했다가 당내 분란만 야기해 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슬그머니 덮어버리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은) 정당에는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행위는 논리로나 형식으로나 정상적 문제제기의 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이어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안 대표는 "어떤 이들은 제가 적폐 청산을 반대한다고 공격한다"면서 "저는 청산과 결산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폐 청산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적폐 청산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폐 청산'이란 정치 기술을 배척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당 개혁과 사수를 바라는 평당원 일동' 명의로 국민의당 관계자들 사이에 돌고있는 "안철수 퇴출 서명운동" 제안도 적극 반박했다. '평당원 일동'을 자처한 이들은 "국민의당 개혁과 당 사수를 바라는 당원들은 당 명예를 실추시키고 해당행위를 한 안철수 출당 서명운동과 퇴출운동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묘한 이름의 비방 격문은 정체와 의도가 비정상으로 보여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단 한 가지만 반론한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안 대표는 "제가 'MB 구속수사' 반대한다고 규정하고 엉뚱한 공격을 하는데, 제가 하는 말은 '적폐 청산의 구호를 앞세워 분위기로 몰아갈 게 아니라, 엄정한 증거를 들이대고 법과 절차대로 처리하라'는 것"이라면서 "'몰아가기 정치' 하지 말고 사법적 소추를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유 의원 등의 리더십 비판에 대해선 "안민석 의원을 고발한 게 적폐에 소극적이라는 뜻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이라면서 "대선에 패한 후보가 대표에 나온 것이 비정상이라고 하는 비판을 넘어 '당선된 것이 비정상'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논법"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어 "당 대표는 무슨 말을 해도 듣고 앉아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저의 당선이 비정상이면 선출한 당원이 비정상이라고 보고 계신 것인데,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안 대표는 "우리는 특정인 극렬 지지 세력의 온라인 여론 농단에 눈 돌릴 여유조차 없다"면서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지금 우리 지지자와, '좀 더 강해지면 지지하겠다'는 잠재 지지자를 보고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이날 페이스북 글을 분석 해보면 유성엽 의원 같은 불만 세력과는 당을 함께 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유 의원의 발언 역시 '분당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분당 사태를 맞아 향후 어떤 길을 걸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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