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의 늦은 회신에 억울해도 자진납부해야 하는 상황도

자진납부 시 '과오납된 과태료'는 소송 없인 안 돌려줘

권익위, 법무부에 개선권고

현행법상 불법 주·정차 딱지 등 과태료 부과를 사전에 통지받고 기한 내에 자진납부하면 20%를 감경해준다.

하지만 사실상 제도상의 허점으로 이 제도가 결국 의견제출(이의신청)과 자진납부 중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상반기 '납부자 권익 증진을 위한 과태료 자진납부 감경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법무부에 권고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권익위 조사결과 시·군·구 등 과태료 부과 관청은 과태료 부과에 대해 긴급상황·부득이한 이유 등을 설명할 수 있는 '의견제출' 기한을 20∼30일 정도 준다.

주·정차위반 과태료에 대한 월평균 의견제출 건수를 보면 서울시의 경우 568.6건이고, 경기는 179.9건, 부산은 166.5건, 대전은 122.1건, 인천은 99.5건 등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출된 의견을 수용할지 말지를 심의한 뒤 당사자에게 회신하는 업무처리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행정 관청에 따라 10∼51일까지 회신 기간이 제각각이다.

일례로 서울시의 경우 주·정차위반 과태료에 대한 의견 심의·검토 기간이 30일 이상 걸린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결국, 자진납부 기간은 20∼30일이지만 행정청의 회신을 받는 데는 30일 이상이 걸려 20% 감경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당사자가 의견제출 기간 시작일에 의견을 제출했을 때 회신까지 최소 15일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의견제출 기간 중반 이후에 의견을 제출하면 모두 자진납부 기회가 상실된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당사자도 행정 관청으로부터 회신이 늦어지면 자진납부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해당 관청의 회신을 기다리던 중 자진납부를 하면 소명에 대한 심의·검토 절차는 자동으로 취하된다. 자진납부로 인해 과태료 부과·징수절차가 종료됐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자진납부한 과태료가 잘못 부과됐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도 소송을 하지 않고는 실제로 돌려받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는 과태료 납부로 징수절차가 종료된 경우 과오납된 과태료의 환급절차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억울하다', '불합리하다'는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끊이지 않았다.

권익위는 "관할청의 사정에 따라 당사자의 자진납부 감경기회가 정해지는 등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면서 "과오납된 과태료는 부당이득에 해당해 반환함이 마땅함에도 관청은 소송을 통해 반환하려는 관행이 남아 있어 국민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과태료 자진납부 감경제도와 관련해 소명에 대한 심의·회신 소요 예정일을 당사자에게 알리는 지침을 만들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또, 자진납부 후 과태료 과다·오류 납부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사자의 개별 소송 제기 없이도 행정청이 그 과태료 상당액을 반환하도록 지침을 마련하는 동시에 과오납된 과태료의 반환절차도 관련 법규에 명시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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