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행정관, 여중생과의 성경험 공개, 성적 판타지에 대한 노골적 표현 등으로 논란

‘대통령-기업인 호프미팅’ ‘8·15 광복절 행사’ ‘세월호 유가족 면담’ 등 각종 靑행사 기획

문재인 대통령에게 작은 화근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사례로 거론되기도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사진=페이스북 캡처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2급·44)이 다시 정치권의 이슈로 부상했다. 잇따른 사퇴요구에도 불구, 그가 최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청와대가 사실상 신임 의사를 재확인하자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탁 행정관은 과거 저서에서 여중생과의 성경험을 공개하거나 성적 판타지에 대한 노골적 표현, 남성 관점에서의 여성 신체 묘사, 콘돔 사용에 대한 남성 위주 사고 등을 드러냈다. 이에 그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여성 비하’ ‘여성 혐오관’을 가졌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 탁 행정관, 文 대통령 취임 100일 행사서 '건재함' 증명

지난 22일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탁 행정관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자 "대통령의 인사권이 존중돼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앞서 탁 행정관은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당일 리허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던 그가 사실상 청와대에서 건재함을 알린 순간이었다.

실제 ‘공연기획 전문가’ 탁 행정관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뒤에도 정부의 굵직한 행사를 도맡아 왔다. ‘대통령-기업인 호프미팅’ ‘8·15 광복절 행사’ ‘세월호 유가족 면담’ ‘100대 국정과제 대국민 보고’ 등 청와대의 최근 공개행사가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 야당, 탁 행정관에 “탁류(濁流)” “천박한 오락프로그램” 비판 공세

이에 야당은 탁 행정관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적절 인사’로 규정하고 정부의 보여주기식 ‘쇼통’ 행보에 대한 책임론까지 묻고 나섰다.

국민의당은 23일 논평을 통해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신임을 믿고 왕실장·왕수석 노릇을 했던 정권 실세들은 있었지만 행정관에 왕자가 붙은 것은 아마도 탁 행정관이 처음일 것"이라며 탁 행정관을 새 정부의 '탁류(濁流)'로 규정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 "도덕적 타락자인 탁 행정관이 기획했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보고대회는 그들만의 잔치"라며 "예능쇼와 다름없는 천박한 오락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탁 행정관의 업무 능력 자체에 대해 회의론을 제기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이미 탁 행정관에 대한 '퇴출(OUT)' 목소리가 표출된 바 있다. 지난 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에 따르면 탁 행정관 퇴출 서명운동에 7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인사 검증에서 성평등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며 탁 행정관 임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바 있다.

◇ 탁 행정관 “조만간 청와대 생활 정리할 것”이라 했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이처럼 분명하지만 탁 행정관의 사퇴 가능성은 한마디로 '불투명'하다.

우선 탁 행정관 스스로의 사퇴 의사가 분명치 않다. 그가 거취와 관련해 현재까지 언론에 밝혀온 입장을 정리하면 "날짜까지 얘기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청와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면서도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가 바로 물러날 때"라며 모호한 대응을 해왔다.

청와대의 신임도 여전한 분위기다. 지난 21일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탁 행정관에 대한 조치를 묻자 "청와대에 뜻을 전달했다면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그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좀 무력하다"고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다른 인사 부적격자들에 대한 대응과 마찬가지로 탁 행정관에 대해서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0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회에 대해 문 대통령이 "내용도 잘 준비됐지만 전달도 아주 산뜻한 방식"이라며 호평한 것을 두고는 사실상 탁 행정관의 기획력에 대한 신뢰를 표했다는 말까지 나온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여전히 탁 행정관에 대해 인사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인사에서만은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집이 반영됐거나 아니면 '이 역시 잠시 논란거리에 그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 아닌가"라면서 "여론정치에 민감한 문재인 정부가 여론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으며, 작은 화근도 오래 묵히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에 조속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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