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황우석 논문 조작' 연루로 거대한 반대의 벽 끝내 못넘어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과학기술계 원로들과 연구기관장들을 초청해 연 정책간담회에서 기도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1일, 임명 나흘만에 자진 사퇴했다.

박 본부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정부 연구개발(R&D) 정책 집행 컨트롤타워로 만들어진 과학기술혁신본부 수장으로 7일 임명 발표가 나왔으나 '황우석 사태'에 깊이 연루된 점 때문에 거대한 반대에 직면했다.

박 본부장은 결국 11일 오후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드려 다시 한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자진사퇴했다.

그는 '사퇴의 글'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진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서 과학기술인의 열망을 실현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임하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2004년에는 실제 연구 기여 없이 황우석 전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황 전 교수로부터 전공과 무관한 연구과제 2개를 위탁받으면서 정부지원금 2억5000만원을 받은 점도 문제가 됐다.

이에 과학기술인단체들과 시민단체들, 야당 등은 즉각 박 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상당수도 청와대에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박 본부장은 사퇴 하루전인 10일 과학기술계 원로들과 연구기관장들을 초청해 연 정책간담회에서 11년 반만에 황우석 사태 연루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본부장은 그러나 "구국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도 이날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박 본부장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께 송구스럽다. 박 본부장의 과(過)와 함께 공(功)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측면지원했다.

그러나 사퇴 압박은 잦아들지 않고 대학 교수들의 사퇴 촉구 성명 등으로 더욱 확산됐고 결국 박 본부장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박 본부장의 사퇴는 문재인정부가 정식으로 임명한 주요 고위 인사 중 첫 사례로 기록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잖은 상처를 남기게 됐다.

문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공직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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