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추도식, 文대통령·여권 총집결…9년만의 정권교체 '신고식' 영정에 올려

朴, 뇌물혐의 첫 재판…수갑찬 채 호송차 내려 최순실과 나란히 법정에 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다(왼쪽). 반면,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을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지 8주기,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2주만인 23일인 노무현과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운명이 엇갈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 신분으로 추도식장을 찾아 9년만의 정권 교체를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보고했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데 이어 뇌물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린 뒤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피고인으로 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40년 지기 최순실과 함께 나란히 수형자 번호를 가슴에 다는 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 여야 간의 분위기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9년만에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김해 봉하마을의 8주기 추도식장에 대거 집결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당신께서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명예 퇴진한 데다 뒤이은 대선에서도 역대 최대 표차로 패배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당은 봉하마을 추도식에 당 대표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보냈고, 김성원 대변인 명의로 "분노의 정치가 아닌 통합과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는데 그쳤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대해서도 다른 당과 달리 공식 논평 없이 침묵했고, 친박계 의원들도 법원이나 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오늘은 대통령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 대통령을 감격 방문. 노무현 대통령은 영광의 8주기. 박근혜 대통령은 치욕의 법정에 선다"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음미한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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