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달러(약1조1300억원) 부담시키기 원해"

정부, "한미 양국 합의에 반해" … 사드 반대론 재점화 우려 가능성도

국방부 "우리는 부지, 사드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비는 미측이 부담"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비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우리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주한미군이 새벽에 군사작전을 방불하듯 사드를 성주에 반입해 여론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요구 발언이 나오자 한동한 잠잠했던 사드 반대론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미 양국 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어서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진행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에 사드 비용을 10억달러(약1조1300억원)를 부담시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억달러는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까지 말해,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밝히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우리 정부는 당황한 가운데 진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측과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에 착수하면서 비용 문제는 SOFA에 따를 것이라고 밝혀왔다. 국방부는 또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일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현재 윤병세 외교장관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주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핵’ 외교장관급 회의에 참석차 미국에 있는 만큼 대미 외교라인을 풀가동해 사태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는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론이 부딪칠 때 중요한 쟁점이었던 만큼 국내 사드 반대 여론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열흘 남짓 남긴 대선 판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앞두고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사전포석의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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