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외롭지 않다' 자서전서 역대 대통령 등 입장 담아

"김영삼, 정치보복 가해 용서 불가…김대중, 편안하게 해줘"

“어떻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나”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24일 ‘당신은 외롭지 않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포함한 10·26사태, 12·12쿠데타, 6·29선언 등 전 전 대통령이 관련된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밝혔다.

그러나 자서전에는 역사적 평가와 일반인의 인식과는 다른 내용이 적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자서전은 720페이지 분량으로, 오는 27일 발간된다.

이씨는 자서전에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 희생자 영가천도(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기도를 올리면서 한 스님에게 “우리 때문에 희생된 분들은 아니지만,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이지만 그런 명분이 그 큰 슬픔 앞에서 뭐 그리 중요하겠나”라고 했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과 5·18 발포 명령은 무관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5·18 당시 수사책임자인 동시에 정보책임자였던 그분은 결코 발포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내릴 권한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라고 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퇴진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 전 대통령이 광주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남편에게 자신의 후임이 돼 줄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이씨는 “김 전 대통령이 가족에게 가한 정치보복적 가해는 너무 악성이어서 용서나 화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한편 이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전두환 일가 은닉 재산 추징을 진행한 것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이씨는 “어떻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나”라면서 “우리가 존경하고 모셨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따님이 그렇게 했다는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아 나는 진짜 생을 포기할 뻔 했다”면서 “절벽에서 뛰어내린 전직 대통령의 얼굴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우리가 제일 편안하게 살았던 것 같다. 매 분기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불러주셨다”면서 “얘기를 전할 수 있는 언로를 터주시고. 우리 집 양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해 '존경한다'고 밝힌 후 “세월이 많이 흘렸는데도 설, 추석, 그이 생일, 내 생일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난과 장뇌삼을 보내주시는 데 꼭 사인을 한 편지를 주신다”면서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씨는 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전두환 표창장’ 논란 한복판에 선 데 대해서는 “그이가 대통령이 되기 전의 일이고 표창을 받은 사람은 그 당시 뭐든 잘했기 때문에 전 아무개가 아니라 국가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전 아무개가 줬으니까 집어던져야 한다는 것은 편협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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